부동산 시장 큰 손들이 움직인다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최고가 매수인은 경북에서 오신 신00 씨입니다."
한창 때(?)에 비하면 많다고 할 수 없는 숫자지만 한 두달 전에 비하면 응찰자가 부쩍 늘었다.
이날 중앙법원에는 총 32개 물건이 나와 기일변경되거나 유찰된 것을 제외하고 13개 물건이 낙찰됐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재건축 아파트인 강남구 일원동 개포한신. 전용면적 105㎡인 이 아파트는 지난달 한번 유찰돼 최저가 5억2000만원에 경매에 부쳐졌지만 이날 32명이 몰려들며 감정가(6억5000만원)를 훌쩍 넘긴 6억9140만원(낙찰가율 106.4%)에 낙찰됐다.
이들 물건은 모두 1984~88년 사이 보존등기된 강남의 중대형 재건축 아파트다. 평균 입찰자 숫자나 낙찰가율 등을 감안할 때 아직 과열을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몇달 전부터 경매시장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강남 재건축 아파트 열풍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현상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나오기 직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까지 한 두번 정도 유찰돼 낙찰가가 감정가에 훨씬 못 미쳤던 10억~20억선의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올 들어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9ㆍ1 부동산대책'을 만나면서 이러한 흐름이 더욱 선명해진 것이다.
지난달 14일 중앙법원에서 낙찰된 압구정동 현대(144㎡)는 17억5000만원에 감정돼 한 차례 유찰됐지만 8명이 경합을 벌여 감정가에 근접한 17억3600만원에 낙찰됐고, 같은 단지 160㎡ 아파트 역시 감정가 19억7000만원을 넘긴 20억301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해 상반기 압구정 현대의 감정가 20억원짜리 아파트가 각각 15억6870만원과 16억9000원(이상 156㎡)에, 감정가 28억원짜리가 22억4100만원(233㎡) 등 감정가의 80% 안팎에서 낙찰된 것에 비하면 뚜렷한 변화다.
강윤식 미래R&D 대표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경우 부동산대책 발표 전부터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였고 9ㆍ1 대책 이후 흐름이 뚜렷해지며 경매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면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앞으로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2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실제로 올 1~8월 6.4~8.7명이던 수도권 아파트 응찰자는 이달 들어 첫주 9.6명으로 늘었고, 올 1월 평균 82.6%였던 경매 낙찰가율도 88.5%로 증가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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