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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지고 편리해지는 추석, 시민들 '당연해'vs'아쉬워'

최종수정 2014.09.05 10:43 기사입력 2014.09.0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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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체류기간 3박 4일 이상 비율 2004년 40.3%→25.3%
-벌초 대행 서비스에 차례상 출장 서비스도 성업
-시민들 "'명절스트레스'받느니 짧고 편하게 보내는 건 당연"vs "모처럼 가족이 모이는 자리 형식화돼 아쉬워"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 직장인 김연수(31)씨는 올 추석에는 하루만 시골집에 머무를 작정이다. 대체휴일 적용으로 길어진 연휴를 맞아 모처럼 해외여행을 계획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추석에는 아예 고향집에 내려가지 않은 김씨는 "어른들 눈도 있어 내려가기는 하지만 가봤자 할 얘기도 없고 스트레스만 받고 오는 경우가 많아 오래 있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명절에 고향집에 머무르는 기간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 '명절 스트레스'를 피해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관련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4일 국토부에 따르면 3박4일 이상 비교적 장기간 고향에 체류하는 이들의 비율은 2004년 40.3%에서 25.3%로 줄어들었다. 반면 2박3일 이하로 체류하는 이들은 49.3%에서 62.1%로 증가했다.

명절 체류기간이 줄어드는 동안 해외여행자 수는 늘어났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5일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추석 명절 당일과 전후 1일씩 총 3일간 기준으로 추산할 때 해외여행객 수는 2011년 7만7300명, 2012년 14만3300명, 2013년 17만100명으로 3년 새 2.2배가 늘어났다.

반면 추석에 내려가는 가구는 줄지 않았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추석기간 고향에 내려가겠다고 응답한 가구는 2004년 21%에서 2014년 24%로 큰 차이가 없었다. '부모님 생각과 친척들 눈치에 고향은 꼭 가지만 오래는 있기 싫다'는 심리가 보편화된 탓으로 분석된다.
짧아진 추석을 좀 더 편리하게 보내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 몇 만원을 내면 조상의 묘를 벌초해주는 농협의 벌초서비스는 처음 한두 조합에서 시작돼 현재 387개소까지 참여 조합이 늘었다. 전통 상차림법에 맞게 제사음식을 손수 만들어주고 상차림을 도와거나 상·병풍·제기·촛대 등도 세팅해주는 출장 서비스 업체들도 성업 중이다.

제례음식 업체를 운영 중인 왕춘례씨는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보다 점점 이용하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재료비에 인건비만 좀 들면 음식을 만드는 시간도 절약되고 편리해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짧아지고 간편해지는 추석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명절을 알차고 편하게 보내는 것이 뭐가 나쁘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어르신들에게 눈도장만 찍고' 편한 것만 찾는 세태가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다.

직장인이자 주부인 조영원(32)씨는 "(명절에)내려가면 온종일 일하느라 회사에 있는 것보다 더 힘든데 간편히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인 것 같다"며 "평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힘든데 가족끼리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자영업자 김준만(57)씨는 "제사상이나 벌초조차 편하다고 돈으로 해결하는 세태가 좋아보이지는 않는다"며 "모처럼 가족이 모이는 자리인데 하루만 있다가 올라가면 어르신들도 서운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점차 핵가족·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농경사회의 산물이자 축제였던 추석의 의미가 퇴색되면서 세태가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노명우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농경문화가 사라지고 농사에 종사하는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가족들이 사라짐에 따라 추석의 의미를 공감하는 가족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추석의 의미는 앞으로도 계속 약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장혁 중앙대 민속학 교수는 "원래 추석은 한 해 농사 중에 가장 익은 햇곡식을 조상에게 올리는 행사였다. 곡식을 조상의 영혼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차례를 지냈던 것"이라며 "점차 기성종교 등에 묻히면서 조상을 생각하는 의미는 옅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 관계가 변하면서 대가족 중심의 명절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노명우 교수는 "편모·편부 가정 등 직계가족 중심의 명절과 맞지 않는 가정이 늘어나고 핵가족화 등으로 가족관계가 다변화되면서 명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옅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임장혁 교수는 "점차 명절을 보내는 세태가 달라지는 것은 불가피한 현대민속의 한 현상으로 봐야 한다"며 "조상이라는 구심점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만큼 가족끼리라도 화합하고 모일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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