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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관도 틀어막은, 미얀마 反中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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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냉담해진 '옛 연인' 미얀마가 중국의 애를 태우고 있다.

과거 군부 독재 시기에 중국과 정치·경제·군사적으로 밀접한 관계였던 미얀마가 민주화 이후 '부적절한 과거'를 부정하듯 중국에 등을 돌렸다.
미얀마는 외국 자본에 문호를 개방하고 유럽 국가들에 투자를 호소하면서도 중국과 진행 중인 경제협력 사업은 중단하거나 늑장을 부리고 있다. 최근 미얀마가 중국의 바람을 외면한 사업이 송유관이다.

미얀마-중국 파이프라인 공사 현장. 현재 공사가 100% 가까이 완료됐다. 사진=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

미얀마-중국 파이프라인 공사 현장. 현재 공사가 100% 가까이 완료됐다. 사진=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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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관 왜 개통 안하나= 중국 관영통신사 중궈왕(ECNS)은 지난달 초 원유를 미얀마에서 중국으로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이 완공됐다고 보도했다. 중궈왕은 미얀마 서부 해안과 중국 윈난(雲南)성을 연결하는 송유관이 연내에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송유관과 나란히 가스관이 먼저 건설됐고 가스는 지난해 7월부터 수송됐다.

반면 미얀마의 영어 언론매체 미얀마 타임스는 지난달 18일 송유관 공사가 1년 가까이 거의 완료된 상태에 머무르고 있으며 최근 사실상 완공됐는 데도 알 수 없는 이유로 가동이 지연되고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미얀마~중국 송유관은 당초 지난 6월 개통 예정이었다. 미얀마 타임스에 따르면 연장 793㎞인 이 송유관은 처음 합의된 대로라면 지난해 말에 완공됐어야 했다. 송유관 공사는 지난해 11월 이미 96% 진척됐기 때문에 지난해 말, 늦어도 올해 초 완공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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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정부와 미얀마석유가스(MOGE)는 공사가 왜 지연됐는지, 언제 완공돼 원유를 수송하기 시작할지에 대해 답변하지 않고 있다고 미얀마 타임스는 전했다. MOGE의 고위 관계자는 "공사가 100% 가까이 진척됐다"면서도 "가동은 다른 이유로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의 주체인 동남아송유관(SEAOP) 관계자는 "개통에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연내에 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이익 뒷전= 지난 4월에만 해도 이 계획에 차질이 있으리라는 우려는 나오지 않았다. 양국 관계가 서먹서먹해지고 미얀마 국민들이 반중국 시위를 벌이곤 했어도 원유는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으로 여겨졌다.

중국이 주도한 프로젝트지만 송유관은 미얀마에도 도움이 된다. 미얀마는 송유관을 통해 연간 원유 200만t을 공급받는다. 송유관은 30년 뒤에 넘겨받는다.

중국 국유회사인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는 MOGE, 한국·인도 기업과 함께 2008년부터 모두 20억달러를 송유관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중국은 이 송유관을 통해 연간 수입하는 물량의 약 8%인 2200만t의 원유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이 장악한 믈라카해협을 거치는 해상 수송로에 원유·천연가스 수입의 80%를 의존하는 데서 벗어난다는 전략적인 측면에서 중국은 파이프라인 사업을 추진했다.

◆중국과 경협 올스톱= 미얀마가 왜 송유관 개통을 고대하는 중국을 속타게 하는지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미얀마가 중국과의 경협을 무산시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얀마 국민들 사이에서는 중국 기업이 과거 군부와 결탁해 이권사업을 챙겼다는 반감이 강하다.

최근 추가된 사례가 중국~미얀마 철도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7월 말 착공 전 단계에서 중단됐다. 중국은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에서 출발해 1500㎞ 떨어진 미얀마 서부 인도양 항구 카육푸에 이르는 철도를 놓을 계획이었다. 이 철도는 중국이 자국 서남부의 물동량을 미얀마를 통과해 인도양으로 운송하는 전략적 수송로라는 의미가 있다.

중국은 자금 200억달러가 투입되는 이 사업에 대해 2011년 미얀마와 합의했다. 그러나 미얀마 사회단체와 철도 부설 예정지 주민들이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우려된다며 반대했다. 그러자 중국은 미얀마 국민들의 의견을 존중해 건설 공사를 연기하기로 했다.

앞서 중국 기업이 추진하던 사업 두 건이 중단됐다. 2011년 3월 취임한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은 환경파괴가 우려된다며 그해 9월 이라와디강 미트소네 수력발전소 공사를 중지시켰다. 중국 국유 중국전력투자집단공사가 벌이던 사업이다. 다른 중국 기업의 북부 미얀마 구리광산 사업도 지역 주민 반대에 막혀 2012년 중단됐다.

미얀마에서 잇따라 장벽에 맞닥뜨린 중국은 답답해하는 모습이다. 중국은 미얀마에 투자한 자국 기업들이 현지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하면서도 미얀마의 행보에 서방 국가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했다.

중국 국제관계 전문가인 왕야황(王亞煌)은 최근 중국 경영망(經營網) 기고에서 미얀마가 중국과의 철도 건설 협력을 중단한 것은 서방 국가들의 반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철도를 깔아 인도양에 진출한다는 중국의 전략에 서방 국가들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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