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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방한]첫날, '낮은 행보'와 '평화·화해' 역설

최종수정 2014.08.15 07:24 기사입력 2014.08.15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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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14일 방한 첫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준 행적과 메시지는 한국 사회에 깊은 감화를 불러 일으켰다. 교황은 도착과 함께 우리 사회의 '보통사람들'을 만나 껴안고 위로했다. 그저 환한 미소와 몸짓으로, 낮은 자세로 평소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의 목자'답게 고통받고 갈등에 신음하는 이들을 제일 먼저 만났다.

◇ 첫 메시지는 '보통사람들과의 악수'=교황이 서울공항에서 마주한 이들은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단과 더불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새터민, 이주노동자, 시복대상자 후손, 필리핀 등 외국 이주노동자 등 평신도 대표 32명이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보통사람들'이다. 교황이 이들을 만난 건 평소 소외받은 이들을 돕고, 존중하고 격려해온 '사목'으로서의 모습과 일맥 상통한다.

이 중에는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故) 남윤철 안산 단원고 교사의 아버지 남수현 씨를 비롯, 세월호 유가족 4명이 포함돼 있었다. 세월호 유가족 한 분이 눈시울을 붉히자 그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은 가슴에 얹고 "가슴이 아프다. 꼭 기억하겠다"고 했다.

대표단에 참여했던 양 수산나(78ㆍ수산나 메리 영거) 여사는 1959년 우리나라에 입국해 불우한 여성들에게 양재와 미용 기술을 가르친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선교사 로 "50년간 한국에서 살아오면서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며 "교황의 말씀과 강복에 특별히 귀를 기울이며 주님께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서는 과거 땅에 엎드려 입맞춤하거나 거창한 성명을 발표하던 요한 바오로 2세와 같은 퍼포먼스를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아픔을 나눌 때 한 손은 마주한 이의 손을 잡고, 또 한 손은 자신의 가슴에 대고 절절하고도 슬픔 가득한 눈빛을 건넸다. 국민과 네티즌들은 이 장면을 가장 감동적인 장면으로 꼽으며 "말 없이 고통을 나누고, 슬퍼하는 교황의 낮은 자세야말로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 두번째 메시지는 '평화'와 '희망'= 교황은 오후 청와대를 예방, '공직자 및 외교사절단과의 만남'에서 첫 연설을 실시했다. 연설의 키워드는 '평화', '정의', '희망' 등으로 요약된다. 교황은 연설 도중 평화 12번, 정의와 희망은 각 6번씩 언급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역설했다. 한반도 평화와 관련, 교황은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며 "상호 비방, 무익한 비판이나 무력시위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대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문제 해결에 대해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 해법으로 교황은 "정의는 과거의 불의를 잊지는 않되 용서와 관용, 협력을 통해 불의를 극복하라고 요구하며, 상호 존중과 이해, 화해의 토대를 건설하는 것"을 설명했다.

교황은 사회병리를 치료하고 변화시키기 위해 연대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세월호 참사 등 물질만능주의 및 개인주의, 인간 존엄성 상실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경제적 개념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공동선과 진보, 발전을 이해하라"고 주문했다.

또한 정치인들과 외교관 등 공직자들이 더 나은 사회 건설에 앞장서야 한다는 뜻을 내놓았다. 교황은 외교 종사자들에게는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외교 활동에 종사해 인류 가족의 공동선을 추구하는 분들에게는 더 큰 도전"이라며 "화해와 연대의 문화를 증진시켜 불신과 증오의 장벽을 허물어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교는 가능성의 예술이며, 평화란 상호 비방과 무익한 비판이나 무력시위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줘야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 지도자들에게는 "극적으로 우리 자녀들을 위해 더 나은 세상, 더 평화로운 세상, 정의롭고 번영하는 세상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며 "우리는 점점 더 세계화되는 세상 안에서 공동선과 진보와 발전을 단순히 경제적 개념으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한국도 중요한 사회 문제들이 있고, 정치적 분열, 경제적 불평등, 자연 환경의 책임 있는 관리에 대한 관심사들로 씨름하고 있다"며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과 대화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이어 교황은 한국 문화에 대해 깊은 이해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교황은 "한국 문화는 연장자들의 고유한 품위와 지혜를 잘 이해하며, 사회 안에서 그분들을 존경한다. 우리 가톨릭 교우들은 자신의 믿고 따른 진리를 위해 순교한 선조들을 공경하며 (순교자들은) 온전히 하느님과 이웃의 선익을 위해 사는 법을 우리에게 가르쳐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혜롭고 위대한 민족은 선조들의 전통을 소중하게 여기며 젊은이들을 귀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에게는 "과거의 전통과 유산을 물려받아 현재의 도전들에 적용할 사람들"이므로 "이번 청년 대회와 같이 젊은이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는, 우리 모두가 그들의 희망과 관심사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우리는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들을 다음 세대에 얼마나 잘 전해 주고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세상과 사회를 그들에게 물려주려고 준비하고 있는지 성찰하라"라고 주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천주교 주교단과 만난 자리에서는 "가난한 자를 위해 존재하는 교회가 가난한 자를 잊으면 안 된다.교회가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면 가난한 자를 잊는 경향이 있다"는 말로 교회의 거듭남을 강조하기도 했다.

◇ 교황청 "이례적 환대'에 감사 = 방한 첫날,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교황이 방한 첫날 일정을 무사히 마쳤고 성과에도 만족하고 있다"며 "교황은 지친 기색도 없고 컨디션도 좋고 건강도 좋다. 한국민의 환영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대통령의 공항 영접은 특별한 것"이라고 치하하기도 했다.

교황 메시지와 관련, "청와대와 한국주교단 연설을 통해 교황이 강조한 주제는 평화와 화해"라며 "남북 간에 긴장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은 평화 구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의 오늘 연설은 한국사회뿐 아니라 아시아와 전 세계를 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교황은 방한 이틀째인 15일엔 오전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갖은 후 대전 가톨릭대에서 아시아청년 대표들과의 오찬, 당진 솔뫼성지에서의 '아시아청년들과의 만남'을 이어간다. 특히 대전에서는 세월호 유가족과의 면담이 예정돼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15일(금)
- 10시30분/성모승천대축일 미사(교황 강론, 삼종기도 및 교황 연설)/대전월드컵 경기장/세월호 참사 유가족 및 생존 학생들
- 13시30분/아시아청년들과의 오찬/대전 가톨릭대/보아 등 아시아청년 대표 20명
- 17시30분/아시아청년들과의 만남/충남 당진 솔뫼성지/아시아청년대회 참가자 등 6000여명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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