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발견된 도로 함몰(싱크홀)의 원인 조사를 진행하던 서울시가 13일 오전 추가로 길이 80m 폭 5m 가량의 싱크홀을 추가로 발견한 후 도로의 추가 함몰이 우려됨에 따라 긴급하게 차량 통행을 전면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물론 관리 감독을 맡은 서울시의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기자들이 서울시 및 진상조사단 관계자들과 함께 찾아간 싱크홀은 석천지하차도 중심부 즉, 지하도로 전등 A49~A50 사이에 입구가 위치해 있었다. 지하철 9호선 3단계 연장 구간에서 진행되고 있는 933정거장 진입방향에서 지하차도 전등 있는 곳부터 약 50m 지난 거리였다. 사다리 타고 내려가니 발이 닿은 곳을 기준으로 우측 50m, 좌측 30m, 총 80m 길이의 땅굴처럼 생긴 동공이 나타났다.
동공은 성인남자 손바닥만한 크기의 자갈과 모래로 이뤄져 있었다. 전에 이곳이 하천이었기 때문에 조성된 '충적층'이라는 게 동행한 전문가들의 설명이었다. 실제 이 곳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지하수가 많이 흐르다가 지금은 멈춘 상태며, 약 15~20cm 높이로 물이 고여 있고 그 밑에는 20cm 정도의 뻘이 있었다. 발을 넣으면 신발이 벗겨질 정도로 점도가 강했다.
특히 원래 이 곳엔 차량이 다니는 도로 부분 아스팔트가 있고 밑에 방수시트, 그 밑에 충적층이 있어야하는데 지하수가 유입돼 어디론가 흘러나가 동공이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동공은 마치 커다란 땅굴처럼 생겼고 폭은 5m, 높이는 4m 정도로 80m 구간 가량에 형성돼 있었다. 동공의 약 2.5~3m 아래엔 이번 사태를 일으킨 주범으로 추정되는 지하철 9호선 3단계 굴착 공사가 진행 중인 쉴드터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었다.
이번에 2차 발견된 동공은 1차로 지난 5일 발견된 싱크홀과 달리 반대 차선 쪽 동공이 발생하지 않은 부분과 동공 옆(바깥쪽) 지하보도 바깥쪽 3~4m 거리에 상수관 지나는 구간에 걸쳐있어서 현재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상태라고 한다. 실제 동공에서 바라본 윗부분(차도)에는 균열이 없어 당장 무너지진 않을 것 같았다. 반대쪽에는 석순같이 올라온 시멘트가 있었는데, 동공 밑 터널 굴착 중 "그라우팅'(지반강화)제가 올라온 것으로 보였다.
동행한 이채규 한국구조물안전연구원 대표는 "현재 가장 위험한 상황은 지하보도 쪽 벽체가 붕괴되는 것"이라며 "차량이 다니면 붕괴 우려가 있어서 전면 차량 통제를 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환기를 하지 않아 덥고 악취가 나는 현장 상황에 대해선 "동공이 발생하지 않은 반대차선 쪽 지하 벽면은 습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부분이 마르면 (충적층이라) 무너지기 때문에 냄새가 나더라도 환기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지하보도 너머의 부분은 건물 등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공원이 있기 때문에 위험요소 발생 시 공원을 통제하면 위험은 적을 것 같다"며 "4일 전 시추 조사를 하니 밑에 너무 큰 동공이 있어 처음엔 시설물이 위치한 줄 알았는데 아예 코어를 뚫고 확인해보니 80m 규모 동공이 발견됐다. 다 메우려면 1000세제곱미터 즉 15톤 덤프트럭 150대 분량의 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2차 동공 발견 소식이 전해지자 주변 상인,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날 지하차도 주변에서 만난 한 시민은 "안그래도 싱크홀 때문에 이 근처에 집값이 많이 떨어졌는데 더 큰게 발견됐다니 정말 황당하고 당황스럽다"며 "빨리 원인과 대책이 마련되고 지하차도 교통통제도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사단에 포함됐던 박창근 관동대학교 교수도 "최근 송파구 일대에서만 5~6개의 싱크홀이 발견됐는데,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주민들이 악성루머에 시달리는 등 고통을 받고 있다"며 "제대로 조사해 진상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