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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직업병 피해자·가족 목소리, 활동가에 묻혀버렸다"

최종수정 2014.08.14 12:18 기사입력 2014.08.1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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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측 협상단 대표로 참석한 송창호씨 인터뷰…"피해자와 가족이 최우선…반올림 모두 한 뜻 모았으면"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가장 중요한 것은 직업병 피해자와 그 가족입니다. 협상의 최우선은 활동가가 아니라 피해자와 가족들이 돼야 합니다."

삼성-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간 백혈병 협상에서 반올림측 협상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송창호씨가 14일 협상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전날 진행된 양측간 협상에서 삼성의 '협상단 대표 우선 보상, 이후 산재신청자 확대 적용' 안을 놓고 반올림 내부에서 피해자와 가족, 활동가간 이견이 나타난 직후다. 삼성전자 온양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했던 그는 림프조혈계 질환을 앓고 있다.
송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협상이 거듭되면서 반올림 내부에서 다수 의견이 소수 의견에 묻히기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지난 5월말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백혈병 논란과 관련해 공식 사과한 이후 삼성과 반올림은 백혈병 논란과 관련한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사과 ▲보상 ▲재발방지대책 등 주요 의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최근 반올림 내부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보상 문제. 송씨는 "삼성이 협상단 대표 우선 보상 후 산재신청자 확대 적용 제안을 하면서 반올림 내부에서는 삼성의 보상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며 "삼성이 산재신청자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게 아니기 때문에 협상 진전을 위해서는 삼성의 협상단 대표 우선 보상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재 반올림 협상단 대표로 참석중인 피해자와 그 가족 중에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도 있어 빠른 보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송씨는 "이번에 삼성의 제안을 수용하자고 한 피해자와 가족들 5명 중에서도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며 "나도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했던 피해자지만 신속한 협상을 위해 일단 삼성을 믿고 협상을 진행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과, 보상, 재발방지대책과 관련해 원안만을 고수하고 있는 반올림에 대해서는 안타까움과 함께 서운함을 드러냈다. 반올림은 삼성의 재차 사과, 산재신청자 전원 보상, 반올림 추천 인사 절반으로 구성된 재발방지기구의 삼성전자 사업장 내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송씨는 "반올림은 원래 우리를 도와주신 분들로 구성된 단체이고 그래서 우리도 피해자 모임을 별도로 만들지 않고 반올림의 입장을 따라가며 공통된 목소리를 내왔다"며 "하지만 언제부턴가 반올림이 기존 취지와는 달리 변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피해자를 위한 단체가 아니라 활동가를 위한 단체가 돼 버린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가족 대표인 황상기(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 아버지)씨에 대해서는 "가족의 의견을 반영해 줄 가족 대표로 황상기씨를 선출했는데 지금은 가족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계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반올림이 이견을 보여 온 사안 중 보상 외에 사과, 재발방지대책과 관련해서도 반올림 내부에서 이견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송씨는 "권오현 부회장이 공식 사과를 하긴 했지만 삼성측에서 피해자나 가족 등 당사자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며 "가족들마다 온도 차이는 있지만 당사자에 대한 추가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와 관련해 삼성이 보상과 재발방지대책 협상을 마무리한 후 협상이 타결되면 당사자에게 직접 사과하겠다는 입장을 협상장에서 밝혀 왔다"며 "당사자들도 삼성의 직접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고 일단 삼성이 보상 후 사과를 약속했으니 시급히 해결할 수 있는 현안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고 이후에 사과를 받자는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의 사과를 받을 주체는 반올림이 아니라 피해자와 가족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그는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은 활동가가 아니라 당사자"라며 반올림이 재차 사과를 요구하느라 협상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것에 대한 서운함을 나타냈다.

재발방지대책과 관련해서도 송씨는 "삼성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제 3의 기구를 설치하자고 제안했고 문제가 생기면 향후 반올림이 기구에 참여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 번에 모든 일을 다 이룰 수는 없으니 중요한 문제부터 해결하고 협상을 진전시켜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씨는 피해자와 가족들이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무엇보다도 '신속한 협상'이 중요하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그 동안 피해자과 가족들이 반올림과 함께 활동해 온 만큼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희망도 놓치 않았다.

그는 "반올림이 처음 삼성 직업병 피해자와 가족들을 도와줬고 같이 협상을 시작한 만큼 협상단이 모두 같은 뜻으로 한 목소리를 내며 함께 가고 싶다는 기본 입장은 그대로"라며 "반올림이 가족들의 입장에서 협상을 진행해 이 문제를 신속하게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삼성-반올림 협상에서 반올림측 대표 8명 중 5명은 삼성의 협상단 대표 우선 보상 방침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은 반올림으로부터 산재신청자 전원에 해당하는 33명의 명단을 받은 후 보상 가능 여부를 파악, 검토해 보겠다는 뜻을 전했다. 삼성은 산재신청자 보상 가능 여부 검토 기준으로 ▲소속회사 ▲질병의 종류 ▲재직기간 ▲재직중 담당업무 ▲퇴직시기 ▲발병시기 등 6가지를 제시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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