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올 매출 5000억 예상…미니밴 판매량도 늘어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회사원 김철호 씨(가명ㆍ42)는 올 여름 휴가를 처음으로 수도권의 오토 캠핑장에서 보냈다. 휴가때마다 가족들과 바닷가를 찾았지만 올해는 초등학생 두 자녀와 해변 대신 캠핑장을 택한 것이다. 주변에서도 아이들이 더 자라기 전에 함께 캠핑을 다니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기대도 컸고 기대만큼 소득도 있었다. 텐트 외에는 별다른 장비가 없었지만 유경험자인 이웃 가족의 도움으로 큰 불편은 없었다.
요즘 캠핑장은 수도며 전기시설이 잘 돼 있고, 어린이 놀이시설까지 갖추고 있는 곳이 많아 학창시절 야영을 할 때 느꼈던 불편은 없었다. 김 씨는 "고가의 캠핑용품을 미리 장만했다가 애물단지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캠핑용품에 대한 지식도 부족해 구매를 미뤘는데 이제부터는 꼼꼼하게 따져서 하나씩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캠핑 시장 규모가 커지자 대형마트들도 앞다퉈 자체브랜드(PB) 상품 등을 내세워 캠핑용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영업규제와 포화상태인 시장 분위기가 맞물려 대형마트 실적이 내리막을 걷고 있지만 캠핑용품만은 예외다. 캠핑인구가 늘면서 덩달아 간편식, 전용 세제 등 관련 상품이 등장하고 육류 등 신선식품 매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스포츠 자체브랜드 '빅텐'을 판매하고 있는 이마트의 캠핑용품 매출은 최근 몇 년 새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7월 한달 동안 이마트의 캠핑용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8% 신장했다.
특히 이마트가 올해 기획해 판매한 빅텐 9900원 균일가 침낭과 캠핑체어는 각각 10만개씩 팔렸다. 배터리 랜턴도 2만개가 나갔다.
이마트의 캠핑 관련 상품군 매출 규모는 2011년 180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3000억원으로 늘었다. 올 매출은 500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이형직 이마트 캠핑용품 바이어는 "최근에는 가족 단위뿐 만 아니라 1인 캠핑족, 미니멀 캠핑 족 등 개인의 취향에 따라 캠핑 방식이 다양해 지고 있어 앞으로 캠핑시장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관 상품 출시 잇따르고 車 판매에도 영향=지난 6일까지 캠핑용품 100여종을 최대 50%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한 홈플러스는 비교적 좋은 고객 반응에 행사를 2주 더 연장하기로 했다. 홈플러스의 지난달 캠핑용품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10% 정도 늘었는데 특히 텐트와 의자류가 많이 팔렸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장마기간이라고는 하지만 폭우가 아닌 마른장마로 계곡이나 캠핑장을 찾는 고객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백화점의 경우 몇 해 전부터 캠핑대전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일부 점포에서는 캠핑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수시로 열고 있다.
캠핑 인구 증가에 따라 간편식 등 관련 식품 매출도 덩달아 늘고 있다. 홈플러스는 장어, 새우, 관자살 등 구이용 수산물을 '캠핑용 수산물'로 이름 붙여 팔기도 했다.
롯데마트에서는 지난달 수입 돼지고기 등 육류를 비롯해 쌈야채ㆍ새송이 버섯 등 신선식품, 즉석반찬ㆍ냉동간편식, 수입맥주, 안주류 등의 매출이 전년 동월보다 크게 늘었다. 이들 제품은 모두 캠핑과도 관련이 있는 식료품이다.
동원F&B는 캠핑 수요를 겨냥해 '캠핑용 어묵' 신제품을 내놨고, 생활용품 기업 애경은 재빠르게 겔 타입으로 만든 캠핑전용 주방세제 '트리오 캠퍼'를 출시해 재미를 보고 있다.
캠핑 등 여행의 인기는 자동차 시장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5개 업체의 카니발, 올란드, 투리스모 등 미니밴 판매량은 1만2553대로 전월(6965대)에 비해 80.2% 증가했다. 미니밴의 경우 해마다 휴가철에 판매량이 느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미니밴 시장의 부활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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