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 사건'의 軍발표… 3대 논란쟁점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4일 28사단 윤 일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대국민사과 성명을 발표했지만 논란은 커지고 있다. 사건발생 119일 만에 발표한 것도 문제지만 군의 땜질식 대책과 부실보고, 사건을 숨기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다.
국방부가 내놓은 대책부터 어설프다. 한 장관은 성명을 통해 병영 내 사건·사고 예방 대책의 일환으로 현역복무 부적합 병사의 전역 절차를 대폭 단순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신과 진단서 생략 등 행정 서류 간소화를 통해 현역복무부적합 병사의 전역 절차를 기존 2∼3개월에서 2∼3주로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입영대상자들을 무분별하게 현역병으로 입대시켜놓고 책임회피를 위해 빨리 전역시키는 '책임회피용 장병 밀어내기'라고 비판했다. 입영대상자들은 징병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에 따라 현역, 보충역, 면제 등으로 구분한다. 규칙에는 우울증장애, 강박장애, 인격장애, 충동장애 등 외형상으로 판별이 불가능한 정신질환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징병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을 개정해 정신질환항목을 세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입대 전부터 현역병과 보충역을 철저히 구분해야 군에서는 장병육성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환자의 피해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인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은 "우울장애의 경우 주기가 있어 2~3년에 한 번씩 6~7개월 동안 증상이 나타났다가 괜찮아진다"면서 "입영대상자들이 신체검사를 받을 때 증상이 없다가 입대 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안함 피격과 동부전선 '노크귀순' 등 대형사건 때마다 등장하는 군의 부실보고도 문제다. 한 장관은 지난달 31일 윤 일병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에서야 처음 사고를 인지했다. 권오성 육군참모총장도 4월8, 9, 10일 3차례 보고를 받았지만 사건의 세세한 부분은 제외됐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윤 일병 사망 다음 날인 4월8일 첫 보고를 받았지만 이후에 추가보고는 없었다.
군 수사기관이 확인한 선임병들의 상습적이고 엽기적인 가혹행위가 군 수뇌부에는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군 당국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부실보고 주장이 군 수뇌부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군 특유의 '쉬쉬'하는 모습도 반복됐다. 윤 일병 사건의 1차 공판은 5월22일 시작해 이미 3차례나 재판이 진행됐다. 하지만 피해자 유족들에게는 사건의 진상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은 물론 언론에도 공개를 꺼렸다. 육군은 군 인권센터가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를 한 뒤인 지난 1일 국방기자실을 찾아 늑장 브리핑을 했다. 육군은 노크귀순과 22사단 총기 난사사건 당시에도 언론에 공개된 뒤 브리핑에 나서 비판을 받았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군 내부에서 아직도 폭력이 필요악이란 인식이 있고, 적당히 눈감고 넘어가려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 것을 용서하고 그냥 넘어가다 보면 결국 이런 사고가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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