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4일 28사단 윤 일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대국민사과 성명을 발표했지만 논란은 커지고 있다. 사건발생 119일 만에 발표한 것도 문제지만 군의 땜질식 대책과 부실보고, 사건을 숨기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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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입영대상자들을 무분별하게 현역병으로 입대시켜놓고 책임회피를 위해 빨리 전역시키는 '책임회피용 장병 밀어내기'라고 비판했다. 입영대상자들은 징병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에 따라 현역, 보충역, 면제 등으로 구분한다. 규칙에는 우울증장애, 강박장애, 인격장애, 충동장애 등 외형상으로 판별이 불가능한 정신질환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징병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을 개정해 정신질환항목을 세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입대 전부터 현역병과 보충역을 철저히 구분해야 군에서는 장병육성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환자의 피해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천안함 피격과 동부전선 '노크귀순' 등 대형사건 때마다 등장하는 군의 부실보고도 문제다. 한 장관은 지난달 31일 윤 일병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에서야 처음 사고를 인지했다. 권오성 육군참모총장도 4월8, 9, 10일 3차례 보고를 받았지만 사건의 세세한 부분은 제외됐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윤 일병 사망 다음 날인 4월8일 첫 보고를 받았지만 이후에 추가보고는 없었다.
군 수사기관이 확인한 선임병들의 상습적이고 엽기적인 가혹행위가 군 수뇌부에는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군 당국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부실보고 주장이 군 수뇌부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군 특유의 '쉬쉬'하는 모습도 반복됐다. 윤 일병 사건의 1차 공판은 5월22일 시작해 이미 3차례나 재판이 진행됐다. 하지만 피해자 유족들에게는 사건의 진상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은 물론 언론에도 공개를 꺼렸다. 육군은 군 인권센터가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를 한 뒤인 지난 1일 국방기자실을 찾아 늑장 브리핑을 했다. 육군은 노크귀순과 22사단 총기 난사사건 당시에도 언론에 공개된 뒤 브리핑에 나서 비판을 받았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군 내부에서 아직도 폭력이 필요악이란 인식이 있고, 적당히 눈감고 넘어가려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 것을 용서하고 그냥 넘어가다 보면 결국 이런 사고가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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