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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유보금 과세보다 차라리 법인세율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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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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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기업소득 환류세제)를 2018년부터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겉으로는 기업에 쌓아둔 돈을 시중으로 끌어내 가계 부문으로 돌려 가계소득을 높임으로써 경제 활성화를 꾀한다고 하지만, 속내는 국가 재정의 적자를 마냥 몰라라 할 수 없기에 나름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방침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상법 논리에 맞지 않다. 어느 기업에 100억원의 이익이 남았다고 하자. 이 경우 법인세율 22%를 적용한 22억원은 헌법에 규정된 납세 의무에 따라 국가의 몫이고, 나머지 78억원은 그 기업의 주인인 주주의 몫이다. 현행 상법은 주주에게 무차별적으로 배당을 많이 하지 못하도록 이익준비금 제도 등을 두고 있다. 이른바 '자본충실의 원칙'이다.
사내유보금을 줄이라는 정부 방침은 자본충실의 원칙에 어긋난다. 엄연히 주주의 몫임에도 불구하고 여차 하면 정부가 세금으로 가져가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 자체가 횡포다. 이미 법인세를 내고 난 뒤 쌓인 사내유보금에 다시 세금(이름을 기업소득 환류세제로 바꿔도)을 부과하겠다는 것은 분명한 이중과세다.

굳이 하겠다면 법인세율을 올려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줄어드는 구조를 활용하라. 방법도 세련되게 하라. 즉 '법인세율 인상→사내유보금을 줄인 법인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 부여'와 '정부의 강제적인 사내유보금 감소 정책 추진→해당 기업의 법인세 부담 증가' 방식을 비교하면 비슷한 금액의 세금을 징수하는 데 전자가 후자보다 조세 마찰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 비슷한 결과를 갖고 일을 시끄럽게 만들면서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둘째, 사내유보금 과세는 비현실적인 제도다. 이 제도는 1991년 이미 한 차례 비상장법인을 대상으로 입법화돼 시행됐었다. 그러나 이중과세라는 비판에다 기업의 재무 건전성에 역행하는 제도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라 폐지한 바 있다. 과연 사내유보금 과세를 다시 강제할 만큼 우리나라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양호하고 이중과세 부담을 감당할 만한 체력인지도 살펴볼 일이다.
제도를 강행할 경우 자칫 기업 자금이 조세피난처 등 밖으로 빠져나가는 탈세 행위가 나타날 수 있다. 유사시 부족한 재원을 외부 차입금으로 조달함에 따라 기업의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경쟁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셋째, 과세 시점이 비양심적이다. 정부는 세율인상 등 직접적인 증세 없이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 및 세금감면의 철폐나 축소를 통해 복지 재원 135조원을 충당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런데 올해 세입에서 벌써 10조원 이상 적자가 예상된다. 지난해에도 그랬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내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기초연금 지급 등 복지 지출이 늘어나면서 재정적자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사내유보금 과세를 2018년부터 하겠다는 것은 재정 부담과 책임을 다음 정부로 넘기겠다는 얘기다. 알다시피 2017년 말에는 대통령선거를 치른다. 재정지출은 현 정부가 하고, 세금을 거두어 갚는 것은 다음 정부더러 하라고 하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사고방식으론 경제회생도, 창조경제도 어렵다. 청산해야 할 적폐는 세월호 사고에만 있는 게 아니라 재정적자를 애써 눈감는 정부 정책에도 있다. 세월호 참사는 드러난 외상이지만 재정적자는 속으로 곪아 만성질환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훨씬 심각하다.

결론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25%에서 22%로 내린 법인세율을 환원시키면 사내유보금 과세는 안 해도 된다. 우리나라는 법인세율이 결코 높은 나라가 아니다. 높은 법인세를 부담하는 유럽 국가 소재 기업이 그렇지 아니한 한국 기업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징징 우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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