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은 증시서 발 빼기 바쁜데…코스피, 달러로는 연중 최고치
外人, 원화 강세에 환차익 노리고 당분간 ‘매수’ 행진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는 원화기준으로 지루한 박스권 장세를 연출했지만 달러 기준으로는 연중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답답한 박스피에 국내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은 원화 강세 덕에 연일 축포를 터트린 셈이다.
◆코스피, 달러로는 연중 최고치 연일 경신 = 7일 대신증권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화로 환산한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말 922.39에서 전날 964.09로 4.52% 급등했다. 반면 원화 기준 코스피 지수는 같은기간 2011.34에서 2009.66로 0.08%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마찬가지다. 코스닥 지수는 올해 대형주의 대안으로 중소형주가 주목받은 덕에 499.99에서 552.90로 10.58% 급등했다. 달러화로 환산해보면 지수 상승폭은 더욱 커져 지난해 말부터 전날까지 15.68%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느꼈을 코스닥 지수는 전날 578.39에 달한다.
시가총액으로 보면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원화 기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1144조8332억원에서 전날 1155조6807억원으로 10조8476억원 증가했다. 달러화 기준으로 보면 같은 기간 시총은 1조851억달러에서 1조1448억달러로 약 597억달러 증가했다. 전날 원·달러 환율(1008.9원) 기준으로 60조1800억원 이상 불어난 셈이다. 우리가 체감하는 시총 증가액보다 5배 이상 많다.
대부분의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지되, 원달러 환율 1000원선이 붕괴되면 이를 바닥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대형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외국인들이 환차익을 노리고 환헤지 없이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 미국 주요 경제지표가 좋아지는 등 미국 경기가 3분기 이후 회복될 기미여서 환율은 1000원 하단까지 떨어지면 이후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앞으로 1000원선이 붕괴되면 흐름이 달라지겠지만 당분간은 원화강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를 바탕으로 외국인 순매수세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펀드 환매 구간인 ‘마의 2020’을 넘어서면 달라진 지수를 보며 기관과 개인이 순매수로 돌아설 수 있고 그때부터는 원화 강세기조가 꺾이더라도 지수가 더욱 오르는 선순환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입장에서는 연중 최고치를 돌파하는 한국 증시가 충분히 매력이 있기 때문에 자금 유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인들이 순매수를 지속해 기관의 매도세를 이기는 수준까지 되면 원화 강세가 지속되지 않더라도 주가 강세에 의한 지수 상승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 센터장은 “미국 고용지표가 좋게 나오면서 경기가 좋아지고 있어 결국 원달러 환율은 일시적으로 1000원선이 깨졌다가 다시 반등하게 될 것”이라며 “환율 불확실성이 없어지면 글로벌 경기와 펀더멘털 개선을 바탕으로 코스피 지수가 다시 치고 올라올 수 있다”고 짚었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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