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전. 소공동 한국은행 브리핑룸에서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 논쟁이 되풀이 됐다. 월간 경상수지 장부가 공개될 때 종종 있는 일이지만, 이날의 문답엔 유독 날이 서 있었다.
현장에선 대규모 경상 흑자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도 문제지만, 그나마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마저 휘청이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우려에 대해 한은은 "결코 불황형 흑자가 아니며, 영업일 수가 줄어 수출 감소폭이 컸다"는 설명을 내놨지만, 영업일 수 하루가 줄었을 때 통상 어느 정도로 수출에 타격을 주는지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국외보다 국내 활동이 많았다는 동문서답을 내놓기도 했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영업일 수 감소분(1.5일)에 비해 수출 감소폭이 두드러지게 벌어졌다"면서 "한은도 무조건 불황형 흑자라는 단어를 기피할 것이 아니라 현실을 제대로 알리고 객관적인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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