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는 공간과 압박이다. 공수 간격을 좁혀 전방에서부터 상대를 압박하고 공을 빼앗기더라도 곧바로 수비로 전환할 수 있는 유기적인 움직임이 핵심이다. 기대가 컸다. 나이는 적어도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있어 기량에서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알제리와의 경기는 이보다 못했다. 점유율만 53-47로 앞섰을 뿐 내용 면에서 열세였다. 움직인 거리도 총 112.907㎞로 113.826㎞를 뛴 상대에 뒤졌다. 상대 공격수의 빠른 발과 개인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코칭스태프의 전략 싸움도 상대에게 허를 찔렸다.
벼랑으로 몰린 선수들의 각오에는 정신력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근호(29ㆍ상주)는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최대한 집중해 정신적으로 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김신욱(26·울산)도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하면 기적이 일어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정신력은 기량과 전략의 한계를 미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준비 단계에서 불거진 잡음과 선수 선발 논란에 대해 "결과로 평가 받겠다"던 패기는 보이지 않는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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