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16일 '잊혀질 권리'의 국내 적용방식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한 콘퍼런스에서는 도입 방향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황성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단장은 "이용자들이 합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잊혀질 권리가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정보 주체의 권리 측면에서 초점을 맞춰 생각해야 한다"며 정보 주체의 권리를 강조했다. 황 단장은 "잊혀질 권리가 도입되면 이를 위한 공정하고 투명한 전담기구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자율적인 제도와 법률적 도입도 당연히 같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삭제·처리정지권(36·37조)을 유럽사법재판소가 인정한 '잊혀질 권리'의 근거 조문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다만 이 권리의 인정 여부가 지속적으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이니 새로운 명문의 입법을 통해 명확한 근거 규정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어 논리도 치열했다. 이상직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원본 데이터 삭제나 기존 정보의 블라인드 처리 등은 우리나라 법상 도입하기가 어렵다"며 "잊혀질 권리의 많은 부분이 표현의 자유와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또 "유럽은 판결에서 너무 추상적인 조건 제시했으며, 이는 우리나라에 적용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방통위는 이어 지난해 12월 발표한 '빅데이터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안'에 대한 의견도 수렴했다.
가이드라인안은 빅데이터 사업자가 사전 동의 획득이 곤란한 정보의 수집·이용에 대해 옵트아웃(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처리) 방식을 적용하고 수집 사실을 공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정선 SK텔레콤 빅데이터팀 부장은 "가이드라인은 빅데이터 산업 육성에도 도움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정선 부장은 "빅데이터는 많은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라며 "빅데이터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산업 육성 과정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나, 사업자 입장에서 이번 가이드라인은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진화 다음커뮤니케이션 개인정보보호팀 부장도 "이번 방통위 가이드라인은 국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의무만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며 "가이드라인에는 여러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개인정보의 합리적 이용에 대해서는 거의 나와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도 "가이드라인 자체가 규제를 하겠다는 건지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건지 모호하다"며 "불필요한 개념과 용어가 난무해 혼란만 가중시킨다"며 지적했다.
방통위는 이날 토론회 의견 등을 반영해 이르면 이달 안, 늦어도 내달 중 가이드라인을 확정, 공표할 예정이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