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말이 별로 개운치 않은데, 세상에는 그런 표시가 된 도로가 많이 있다. 이 말을 뒤집자면 자동차의 다른 동작들은 모두 보호를 받고 있다는 뜻도 되니, 그리 개운찮은 일 만은 아니다. 차들이 보호하는 건 각종 법규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도로와 신호체계, 그리고 경찰의 단속 따위일 것이다. 그런데 '비보호 좌회전'에서 만큼은 그것들이 보호를 유보한다. 우리들이 보호 못해주니 알아서 책임지시란 얘기다. 교통법규는 인간의 성선설이나 자율 따위를 믿지 않는다. 틈만 나면 위반하려 들고 틈만 나면 사고를 내려드는 수상하고 불온한 존재가 바로 운전자들이다. 하지만 비보호 좌회전 만큼은 운전자의 인간적인 판단과 선택을 존중한다. 물론 그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슬쩍 맡겨 놨지만...법규가 아무리 친절하게 간섭하려고 해도, 인간 세상의 다양한 맥락들을 다 규제하고 가이드할 순 없다는 걸 저 '비보호 좌회전'은 웅변한다. 경찰도 손 놓은 자리다. 오직 당신이 살피고 재서 왼쪽으로 틀어라. 이때 운전자의 눈은 번득이고 손동작은 기민해진다. 내 삶에도 자주 '비보호 좌회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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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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