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노인 실화(失火) 가능해도 방화(放火)는 불가능"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경찰이 29명의 사상자를 낸 장성 요양병원 화재사건의 방화범으로 81세 치매 노인을 검거하면서 치매 환자들의 범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치매 환자의 고의적인 방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남 장성경찰서는 28일 자신이 입원 중인 요양병원 건물에 불을 질러 환자 등을 사망 또는 부상에 이르게 한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로 김모(81)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일부터 뇌경색증으로 입원한 김씨는 치매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씨가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3006호에 들어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섬광과 연기가 나온 모습이 담긴 CCTV를 확보하고 김씨를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범행을 부인하면서도 오락가락 진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치매 환자인 김씨의 처벌 가능성에 대해 "고령이고 환자라 정상참작을 받을 순 있지만 형사법상 수행능력만 가지고 있으면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요양원이나 친지 등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 등 방화 원인을 다각도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매환자가 방화를 저질러 검거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경찰청의 2012년 고령범죄자 통계에 따르면 범행시 정신 상태를 조사한 결과 7만1721건의 고령자범죄 가운데 정신박약 상태는 9건에 불과했다. 살인이나 방화를 저지를 당시 정신박약상태였던 경우도 없었다.
반면 드물게 일어나는 치매 환자의 강력범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부산에서는 요양원에 입원중이던 70대 치매노인 A씨(70ㆍ여)가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환자를 목졸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경찰은 치매 전문가와 범죄심리삼당사 등이 입회한 가운데 A씨를 심문 조사했지만 제대로 된 진술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의들은 치매환자들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어떤 사람에게 적개심을 보이기도 한다는 데 일치된 견해를 보이면서도 도구 사용 범죄 가능성에 대해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충북광역치매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상수 충북대 의대교수는 "치매 환자들은 누구에게 앙심을 품고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지를 만큼의 인지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장민욱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 환자가 '누가 날 미워한다' ' 이 노인네를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다'는 둥'망상에 사로잡혀 있을 경우 공격적인 성향을 표출할 수 있다"며 "도구를 사용해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인 김상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는 "애들이 방화하겠다고 불을 저지르지는 않는 것처럼 치매환자가 방화를 기획할 가능성은 적다"며 "치매 환자의 공격이란 것도 주먹으로 친다는 정도라 누굴 목을 졸라 살해하는 것도 상당히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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