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전 대국민 담화에서 '다시는 (세월호 사고 같은)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개조를 하겠다'고 강조한 박 대통령으로선 국민통합이나 야권과의 관계도 가벼이 볼 수 없지만 국가개조가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도 의식했을 것이다. 그래서 권력에 맞서 불법 대선자금을 수사한 강골 검사 출신으로 이미지가 좋고 개혁작업을 이끌 추진력을 갖춘 인물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현실은 녹록치 않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안 후보자 모두 위계질서가 엄격한 검찰 출신으로 김 실장이 15년 선배다. 김 실장이 검찰총장이었을 때 안 후보자는 평검사였다. 대통령이 계속 비서실을 국정 중추기관으로 여기면 안 후보자가 '왕(王)실장'으로 불리는 김 실장을 넘어 행정부처를 통할하기 어려운 구조다.
세월호 참사 이후 2기 내각을 이끌 총리는 재난ㆍ안전 업무를 총괄하는 국가안전처와 정부조직ㆍ인사 기능을 맡는 행정혁신처를 산하에 둠으로써 권한이 더 커진다. 이럼에도 계속 '대독' '의전' '방패' 총리로 둘 것인가. 소신이 강한 안 후보자가 대통령과 불협화음을 낸다면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대통령 스스로 매사를 직접 챙기며 지시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에서 벗어나 총리에게 상응한 권한과 책임을 함께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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