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은 '대통령 말씀을 수첩에 받아쓰기만 한다'거나, '대통령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 같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필요할 때 쓴소리도 해가며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적극적으로 보좌하기는커녕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국정에 반영해 실현시키는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오늘 담화에서 인사 문제를 배제한 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의 재발방지 대책에 집중하느라 인사를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현 비서진과 내각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물을 것이고, 그 개편을 어떤 인사원칙에 의해 어떻게 하겠다는 수준의 원칙적 입장이라도 밝혔어야 했다. 내각의 수장인 정홍원 국무총리도 이미 사표를 낸 상태가 아닌가.
박 대통령은 시간을 너무 많이 끌지 말고 오늘 담화의 후속조치로 비서진과 내각 개편 인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정 총리뿐만 아니라 김기춘 비서실장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각 부서 장관 자리는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인사가 아니라 국민이 보기에 신뢰할 수 있는 인사로 채워져야 한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떨어진 상태다.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켰다고 할 정도의 전면적 쇄신 인사가 바람직하다. 그러지 않고서는 박근혜정부의 정상화 자체가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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