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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1100만원과 2468만원의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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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진 산업부 차장

김민진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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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김민진 차장

올해 근로자 최저임금은 시간당 5210원이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하루 8시간씩 일한다고 할 때 손에 쥘 수 있는 하루 일당은 4만1680원이고, 주말을 빼고 한달에 22일 일한다면 한달에 91만6960원을 벌 수 있다.
한달을 일해 번 90만원 남짓한 돈은 도시근로자가 혼자서 생활하기도 빠듯한 금액이다. 주 40시간 노동해서 받은 한달 월급으로 지난 겨울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캐나다구스 다운 점퍼하나 사지 못한다.

그나마 이 직장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다면 연 소득은 1100만원 정도다. 우리 주변에서 이 정도의 최저임금을 받고 생활하는 사람들은 흔치 않게 목격된다.

오래 전부터 알아왔던 중소기업이 있다. 대형 가전회사의 2차 납품업체쯤 되는 중소기업 A사는 20년 넘게 일부 생산직 직원에게 최저임금 이하 수준의 임금을 주고 있다.
이 회사의 K사장은 "회사가 어렵다. 경기가 나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그 사이 정규직 숫자를 대폭 줄이고, 일용직 인원은 늘렸다. 일거리가 밀려들어도 정규직은 채용하지 않는다. 대신 정규직 직원에게 근로기준법이 정한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야근ㆍ특근수당을 주고 야간에도 휴일에도 일을 시킨다. 그게 모자라면 일시적으로 일용직 인원을 더 불러다쓴다.

그 사이 K사장은 국내 브랜드 중 가장 가격이 비싼 고급 승용차를 몇 번 바꿔 타고, 용산에 단독주택을 사고, 근처의 다른 공장을 매입했다. 이곳저곳에 땅을 사서 쏠쏠한 재미도 봤다고 한다. K사장은 친척과 지인 여러명을 그 회사 직원 명부에 올려놨는데 그들이 실제 일하는 모습을 본 사람은 없다.

본인이 일군 사업에서 번 돈으로 제 배를 불리는 걸 욕할 순 없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위법과 탈법이 한두 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앙심(?)을 품은 직원들이 퇴사하면서 K사장을 몇번 고발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그가 처벌받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K사장은 여느 중소기업 사장들처럼 시의원이나 시장, 아니면 동창생들을 만나서는 "요즘 사업하기가 너무 어렵고, 인력난도 심하다"고 토로했을 것이다.

K사장 같은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길 바란다. 물론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인들이 더 많을 것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 자료를 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명목 GDP는 2만4329달러로 세계 33위다. 실질적인 소비 가능 수준을 보여주는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한국의 1인당 GDP는 지난해 3만3189달러로 세계 27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어제 환율로 2만4329달러는 2468만원이고, 3만3189달러는 3392만원이다. 4인이 구성원인 가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가구당 GDP가 연 9944만원, 실질 소비 가능 수준은 가구당 연 1억3568만원이다. 통계는 존재하지만 서민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1인당 GDP와 최저임금 근로자 가구의 소득 차이는 계산하기조차 어렵다.

한 언론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추진' 보도가 나가자 고용노동부는 발 빠르게 해명자료를 내놨다. 이제껏 '업종별 최저임금 적용에 대해 별도 논의한 바가 없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 여부를 결정할 사항도 아니다'라는 게 해명의 골자다. 부디 해명이 사실이길 바란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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