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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아리랑 쓰리랑의 뜻(25)

최종수정 2020.02.12 10:27 기사입력 2014.04.29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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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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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동부쪽으로 가다가 눈덮인 아라랏산을 보았다. 이란과 아르메니아에 걸친 거대한 산이다. 성서에도 나오는데 노아의 방주가 떠내려 가다가 잠시 멈춘 산이라고 한다. 워낙 높고 아득한 곳이라 천국과 동일시되기도 한다. 아라랏산에 대한 노래가 아라랏가(歌)인데, 이게 아리랑과 비슷한 데가 있다고 한다. 이런 유사점을 찾아낸 이는. 우리의 뿌리나 갈래가 그쪽과 연결되어 있음을 그 유사음(音)으로 증명하고 싶을 것이다. 이런 얘기는 늘 매력적이다. 우리가 모르는 고대사의 깊은 비밀이, 저 낱말 하나에 어른거리고 있는 듯 하기 때문이다. '우연'이란 우리가 풀지 못한 '필연'이라는 말도 있으니, 우연의 일치라는 말은 여기선 재미 없을 수도 있다.

혹자는 여기서 더 나간다. 아리랑은 아리아랑이라는 의미로 '아리아인과 함께'로 해석하고 스리랑은 수메르랑이라는 의미로 '수메르인과 함께'로 푼다. 이것은 혈연을 증언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낫네. 이 말은 '아리아인과 함께, 수메르인과 함께. 수메르인은 아리아인이 낳았네'라는 뜻이란다. 너무나 기발하고 여기까지 고심할 때는 얼마나 곰곰히 생각을 이어갔을까를 생각하면 감동적이기도 하다. 우리 겨레의 뿌리가 지구의 거대한 반경으로 펼쳐져 있으며 여기 답답한 땅덩어리만이 우리 무대가 아니라는 얘기니, 이 얼마나 호쾌한가. 이런 가설의 여지를 서둘러 부정할 필요가 있겠는가. 기실, 아무도 모르는 얘기 아닌가.
나는 아리랑과 스리랑이 나란히 있는 것을 보고, '아리다'와 '쓰리다'라는 우리말의 '두 가지 아픔'을 떠올렸다. 아리는 것은 아픈 것보다 더 넓게 아픈 것이고 쓰리는 것은 아픈 것보다 더 깊이 아픈 것이다. 아픈 것은 현실의 부위이지만 아리고 쓰린 것은 그것이 낳는 파장이며 오래도록 미치는 영향이다. 아리랑을 들어보면 그 뒤에 나오는 '이해할 수 있는 노랫말'들이 대개 이별의 슬픔과 혼자 감당해야 하는 고독과 인생의 쓴 맛들이니, 앓이의 뒷풀이라고 볼 만하다. 아리랑이 우리 겨레의 노래의 혈관같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앓이'를 노래하는 '한(恨)'의 서정에 닿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오래전 코미디에 '쓰리랑부부'라는 것이 있었다. 이 때 '쓰리랑'은 뭔가 박자가 잘 맞지 않는 경우를 함의하고 있었다. 이것도 흥미로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할 때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고 이별한 뒤에야 사랑에 환장하는 그 마음이야 말로 엇박자 사랑이며 깊고 질긴 사랑의 후유증이 아닌가. 터키의 산을 가져오지 않더라도, 아리아인과 수메르인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수천년 우리 핏줄 속에 들어있는 징한 서러움을 담아내는 노래인 것만으로도, 이 노래는 '문화유산'에 충분히 값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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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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