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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눈물은 바다에 모두 쏟았다…'체념'의 팽목항

최종수정 2014.04.23 11:36 기사입력 2014.04.2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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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이레 째인 22일 오후, 진도 팽목항 앞 수평선 너머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이레 째인 22일 오후, 진도 팽목항 앞 수평선 너머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진도(전남) =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22일 오후 7시께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벌써 일곱 번째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저물고 있었다. 저녁의 바닷바람이 차가운 탓인지 실종자 가족들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사망자 신원을 알리는 상황판에 모여 있었다. 대부분 눈이 빨갛게 충혈돼 있었지만 눈물은 없었다.

"우리 딸 맞아?", "얼굴 왼쪽에 점, 우리 혜진이 같은데…." 상황판에 이제 막 도착한 사망자의 인상착의가 기록되자 아직 자식을 찾지 못한 가족들이 자신의 아들딸들의 특징 하나하나를 맞춰봤다.

바로 옆에서도 한 실종자 가족이 "저거 우리 애 지갑 맞잖아 MCM 지갑", "안에 신분증은 없었어요?"라며 시신의 특징이 적히는 순간 떨리는 질문을 이어갔다. '114, 115, 116, 117' 새롭게 건져 올린 시신 4구의 인상착의가 상황판에 모두 적히자, 가족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은 후 다시 가족 대기소로 돌아갔다.

30분 후, 멀리서 해경 배 한척이 빠르게 물살을 가르며 항구로 들어오고 있었다. 세월호 객실 내에서 수습된 시신을 싣고 돌아오는 배였다. 이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한 유가족은 입을 가린 채 침착하게 팽목항 우측 부두에 마련된 시신확인소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가는 도중 몸에 감고 있던 담요가 벗겨졌지만 돌볼 겨를이 없었다. 이를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유가족이 달려가는 방향의 길을 모두 열어줬다.

시신확인소 100m 밖에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유가족 및 실종자가족 외에는 접근이 제한됐다. 그러나 밖은 어둡고 하얀 천막으로 지어진 시신확인소 안은 밝아, 그 안의 실루엣이 뚜렷하게 보였다. 분명 자신의 자식임을 확인하고 껴안는 모습이었다. 폴리스라인 밖에 몰려있던 사람들은 "딸이라던데 불쌍해서 어떡해…", "그래도 찾았으니 다행이지…"라며 안타까워했다.
약 1시간가량이 흐른 후인 오후 8시가 넘어서자 시신확인소 옆에 대기하고 있던 구급차에 시동이 걸렸다. 시신을 싣고 유가족과 병원으로 이동하려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부두를 벗어나 팽목항을 빠져나가는 구급차를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봤다.

다시 실종자가족 대기소 앞.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진 밤에 스마트폰 불빛 하나가 보였다. 한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며 스마트폰에 저장된 딸의 사진을 하나하나 넘겨보고 있었다. 케익 앞에서 예쁘게 웃고 있는 딸이 입고 있는 옷은 안산 단원고의 교복이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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