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 미국 증시의 버블논쟁이 뜨겁다. 꿈과 성장성을 담보로 폭발적인 주가 상승을 얻었지만 미진한 경기와 펀더멘털 기대는 이 역시도 신기루가 아닐까 하는 시장의 의구심과 키울 뿐이다. 모멘텀 종목군의 빈자리는 가치주 차지였다.
2007년과 2011년까지 두 번의 상승랠리 중 초기 시장 상승을 주도했던 것은 성장주였다. 시장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에게 신기술과 신성장 동력으로 무장한 성장주는 최선의 선택지였다. 그러나 랠리 중반 이후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내 가치주로 변모한다. 한껏 높아진 기대치와 실적 눈높이를 충족할 수 있는 대안은 성장주가 아닌 가치주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장선 위에서 판단해보면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국 버블논쟁의 결말은 자명하다. 올해 1분기 실적 시즌이 미국 증시 모멘텀 종목군의 시험대가 되겠지만 시장은 덧난 상처가 아물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의심이라는 병균은 계속해서 상처를 파고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선진증시의 패는 달라졌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 미국 성장주는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업종 컨셉을 이끈 핵심축이었다. 미국 성장주의 약세는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 우선 투자자들의 시선이 '이익 성장'에서 '저가 매력'으로 이동될 수 있다. 두 번째로 그동안 작동되지 못했던 경기순환의 컨셉이 유럽을 중심으로 부각될 수 있다.
2013년 미국과 유럽 주가는 동반 상승했지만 상승 동력과 스타일은 달랐다. 유럽 가치주의 상대적 강세가 나타난 반면 미국은 성장주가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이러한 업종 스타일 차이는 미국과 유럽이 경기순환 주기상 다른 위치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09년 경기회복 이후 2011년부터 지난 3년간 평균 2%대의 성장을 유지했다. 반면 유럽은 2010년 경기회복 이후 회복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2012년부터 2년간 경기침체에 빠졌다. 미국이 회복을 넘어 경기 정상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반면 유럽은 침체에서 회복으로 진입하는 초입에 위치해 있다.
엇갈렸던 유럽과 미국의 스타일이 미국의 성장주 조정으로 가치주의 상대적 강세라는 일방향을 만들어냈다. 앞으로의 방향은 유럽의 정책에 달려있다고 판단한다. 실질적인 긴축기조에 들어간 미국과 달리 유럽은 유럽판 양적완화를 준비하고 있다. 유럽 중앙은행이 2분기 중 유럽판 양적완화를 선언하게 되면 유럽발 경기순환의 힘(가치주 상승)이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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