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 원화의 거침없는 강세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전일 원·달러 환율은 1052.1원까지 하락하며 2008년 이래 전인미답의 고지로 남아있던 1050원선 돌파가 임박한 모습이다.
증시 측면에서 환율 방향성 보다는 그 속도와 변동성이 중요하다. 과거 항상 환율변수는 방향보다는 속보와 진폭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급격한 원화 강세는 장래 수출 부진 우려로 확대될 수 있지만 완만한 원화 강세는 세계 경제의 순항과 개선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의미한다.
통상 원화 강세 환경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한국이 수출 주도형 경제 성장 구조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의 호조는 외국인의 원화 표시자산에 대한 관심 확대와 주요 수출주 러브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기업 측면에서 원화 강세는 수출단가의 상승을 의미했고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지점에서는 수출물량 증대 효과가 이를 완충했다.
또한 원화 강세는 외국인 순매수를 매개체로 시장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시장 수급 주도권을 외국인이 장악한 상황에서 지수 상승은 대부분 한국 펀더멘탈에 대한 외국인의 우호적인 시각 변화에서 연유했다.
따라서 향후 예상되는 원화 강세 환경은 외국인 수급과 증시 모두에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환율 변화의 속도가 문제시 되는 경우만 아니라면 주식시장에 대한 낙관적 기대를 섣불리 내려둘 필요는 없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 원·달러 환율이 2011년 이후 강력한 지지선인 1050원을 하회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전환, 경상수지 흑자 기조, 글로벌 위험 선호도 강화, 지난해 이례적으로 늘었던 외화 단기대출의 상환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1050원 레벨을 하회하면 강했던 원화 약세 심리가 바뀌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이 가속될 가능성이 높다.
원·달러 환율이 장기지지선을 하회했을 당시의 초과 수익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달러 환율이 장기지지선을 하향 이탈한 것은 2004년 11월 원·달러 1150원 하회, 2006년 1월 원·달러 1000원 하회 두 차례이다. 원·달러 레벨이 낮아진 두 시기 업종 수익률을 보면 해당 월 코스피 대비 초과수익을 동시에 기록한 업종은 철강금속, 전기가스, 화학(정유), 음식료 업종이었다. 이들 업종은 총산출(투입)에서 수입중간재 비율이 수출비율을 압도하는 업종이다. 원화 강세로 수출 경쟁력이 타격을 받지만 수입중간재 비율이 더 높아 원화표시 수입단가 하락에 따른 채산성이 개선된다.
특히 철강 업종의 경우 실적 전망이 우상향 패턴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원화 강세에 의한 채산성 개선이 가세된다면 경기민감주 내에서 이익 개선 시그널이 가장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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