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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듀폰 1조원대 소송 '사실상' 승소…전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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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3년 전인 2011년 9월 14일 코오롱그룹이 급박하게 움직였다. 당시 코오롱은 2009년 듀폰이 제기한 아라미드섬유 영업비밀 침해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이날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 있는 동부 연방지방법원(1심 법원) 배심원단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듀폰의 아라미드섬유에 관한 영업비밀 및 기밀정보를 훔친 것을 인정하고 듀폰에 9억1990만 달러(약 1조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이후 불과 두 달 후인 11월에는 1심 선고에서 배심원 평결에서 나온 배상금 9억1990만 달러에다 징벌적 손해배상금 35만 달러를 더한 9억2025만 달러를 지급하라는 판사 선고가 나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배심원단 평결보다 배상금이 감액될 것으로 예상했던 코오롱그룹은 최악의 결과에 발칵 뒤집혔다.

듀폰의 파상 공세는 계속 이어졌다. 듀폰은 1심 법원 판결에 근거해 뉴욕주 등 18개 주 한국계 은행에 예치된 코오롱인더스트리 예금에 가압류를 걸거나 미국 내 매출채권에 대한 집행 절차를 진행했다. 이렇게 듀폰이 지난해 말까지 받아간 매출 채권은 약 3500만 달러 규모에 이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1심 법원은 2012년 8월 아라미드섬유 생산ㆍ판매를 20년간 금지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코오롱은 이에 대해 항소심이 종료될 때까지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다행히 이 신청이 받아들여짐에 따라 추가 확대는 못하지만 기존 아라미드섬유 생산ㆍ판매는 소송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올해 2월에는 변호사 비용 지불 소송에서 코오롱이 패소하는 결과가 나왔다. 1심 법원은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발생한 듀폰의 변호사 비용 1883만 달러(약 200억원)를 코오롱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까지 발생하며 코오롱그룹에게는 설상가상의 악재로 다가왔다.

아라미드섬유는 방탄복ㆍ타이어코드ㆍ광케이블ㆍ골프채 등에 쓰이는 초강력 합성섬유다. 강철보다 5배나 단단한 소재로 500℃ 이상에서도 연소되지 않는 내열성을 지니고 있어 '꿈의 섬유', '수퍼섬유'로 불린다.

섬유업계에 따르면 아라미드섬유는 전 세계적으로 2012년 기준 연간 6만t가량 생산됐다. 듀폰과 일본의 섬유업체인 데이진이 80%를 웃도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코오롱은 10% 미만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시장 규모는 2조~3조원 정도로 추정되지만 용도가 늘면서 앞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듀폰이 1973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케블라'라는 브랜드로 생산하고 있으며, 코오롱은 데이진에 이어 2005년 세계 3번째로 아라미드섬유 개발에 성공해 '헤라크론'이란 이름으로 제품화했다.

코오롱은 1심 주요 쟁점사항에서 모두 지면서 사실상 참패했으나 이번 항소심에서는 이를 무효화해 전세를 역전시켰다. 이에 따라 부담이 컸던 경영상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돼 신성장동력 사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패소할 경우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신규 투자계획을 짜기 어려운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승소한다면 신규 사업에 대한 추가 투자 여력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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