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이뤄진 두 사람의 상견례는 현 부총리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당초 30분으로 예정됐던 만남은 40분을 훌쩍 넘긴 시각까지 계속됐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 현 부총리는 "다 같은 생각이겠지만, 이 총재는 우리 경제에 대한 통찰력을 갖춘 훌륭한 분"이라면서 "물가와 고용, 지속적인 성장, 위기관리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과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칭찬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한은의 역할을 에둘러 강조한 셈이다.
현 부총리는 이어 "경제에 대한 인식을 같이 하며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하겠다"면서 "한은 74 입행(1974년 입행)"이라는 말로 해묵은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총재의 입행년도는 1977년이다. 현 부총리의 재직 기간은 채 1년이 되지 않지만, 입행 년도로 따지면 이 총재의 3년 선배인 셈이다. 한은은 수직 서열관계가 뚜렷한 조직이다.
두 사람의 만남 이후 한은 측은 "최근 경제 상황과 정부와 중앙은행 사이의 정책조화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 "경제 운용에서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재정 등 정부의 경제정책과 통화정책간 조화를 이뤄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뒷받침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상견례를 마친 이 총재의 표정은 만남이 시작될 때만큼 밝지 않았다. 이 총재는 "주로 덕담이 오갔고, 경제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한은과 정부의 경제인식에 갭이 크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아울러 "필요시 언제든 부총리와 만나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은을 직접 찾은 건 2009년 윤증현 전 장관의 방문 이후 5년 만이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