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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주의 행복한 다이어트]커피믹스의 광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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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주 장안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

전형주 장안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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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세기 이슬람의 율법학자들이 커피를 마셨다는 최초의 기록이 등장하고, 18세기 프로이센의 국왕이었던 프리드리히 2세는 아침엔 일곱 잔, 오후엔 한 주전자의 커피를 마셨다고 했다. 그들이 어떤 이유로 커피를 즐겼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 이후 수많은 세월이 흘러서 나도 자연스럽게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눈을 떠서 커피를 마시며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는 사람들도 있고, 또 춘곤증이 스며드는 오후엔 기지개와 함께 졸음을 깨기 위해 어떤 이들은 커피를 찾기도 한다. 커피는 이처럼 다양한 역할로 오랫동안 우리의 삶과 함께 해 왔다. 친구들과의 수다를 위한 작은 소도구 역할은 물론, 그 진하고 달콤한 향기로 외로운 어느 날, 한줄기 위안으로 다가오기도 하며, 늦은 밤 야근에 지친 누군가에게는 자율신경의 자극으로 한줌의 활력을 불어 넣어주기도 한다.

우리 삶 속에서 잠깐의 휴식을 위하여 기분좋게 마시는 커피였건만, 최근 광고의 문구로 국민들의 커피 사랑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바로 ‘인산염 제로’ 커피믹스의 탄생이었다. 일반 커피믹스에는 몸에 해로운 ‘인산염’이 들어있으니, 인산염이 없는 커피믹스를 이용하라는 요지의 광고가 TV에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엥, 칼슘도둑? 그럼 내가 지금까지 즐겼던 커피는 내 뼈를 망가지게 하고 건강을 악화시키는 것이었단 말인가?”
인은 칼슘과 함께 치아와 뼈 건강에도 필요한 영양소이기도 하며 에너지대사의 보조인자로 필수적인 성분이다. 그런데 칼슘 도둑이라는 인산염은 무엇인가? 인산염은 화학구조식에서 수소이온이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 나트륨, 칼륨, 칼슘 등의 무기이온이 합해진 화학적 합성물이다. 그 무시무시한 이름과는 다르게 인산염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1일 허용량을 초과하지 않으면 건강에 해가 없다고 허가를 한 첨가물이다. 한편 인산염은 커피믹스 뿐만이 아니라, 청량음료, 소시지, 햄 같은 많은 가공식품에 함유되어 있다. 우리는 이미 다른 가공품을 통해 인산염을 섭취했다. 물론 인산염을 과량 섭취하는 것은 건강에 해가 된다. 인과 칼슘의 1:1 균형이 가장 바람직하며 인의 섭취량이 칼슘의 3배, 4배가 되면 칼슘의 배출이 증가하므로 뼈의 건강에 좋지 않다. 특히 청량음료를 물처럼 즐겨 마시는 성장기 어린이는 인산염을 과잉 섭취하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편 인산염과 함께 언급되는 카제인나트륨도 첨가물로 허가를 받았다. 우유 단백질의 80%는 카제인이며, 그 순수 카제인은 물에 잘 녹지 않으므로 가공식품의 관능적 만족을 고려하여 나트륨을 결합시켰다. 즉 물에 잘 녹는 상태로 유제품군에 첨가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커피믹스 광고에선 인산염을 절대악처럼 묘사해 놓았을까? 국제첨가물 유해평가위원회에서는 인산염을 4900mg 이하 섭취하라고 하며, 인산염의 우리나라 상한섭취량은 3500mg이다. 커피믹스 한 봉지에 들어있는 인산염의 양은 35mg인데, 그 상한 섭취량의 허용량이 높아서 2/1로 양을 제한한다고 가정해도 1750mg이다. 즉 다른 가공품을 통한 인산염의 섭취가 없다면 커피믹스 50잔에 들어있는 양이 위험 수위를 걱정할 만한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커피믹스의 광고는 국민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불필요한 논란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식품을 먹고 건강하게 사는 것은 우리 모두의 바램이다. 그러나 여유와 기분을 위해 마시는 한 봉의 커피믹스로 내 건강이 망가지지 않는다. 설탕과 커피크림이 함유되지 않은 원두커피를 사랑한다면 그건 생각해볼 일이지만, 편하게 다양한 목적으로 애용하는 커피믹스 한잔의 여유를 포기하거나 억지 이별을 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우리는 ‘커피를 마신다’라기 보다는 ‘즐긴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커피를 이렇게 표현했다. ‘커피는 어둠처럼 검지만 내가 그 조그만 세계를 음미할 때 풍경은 나를 축복했다.’고.... 웰-빙(well-being)을 추구하는 시대에서 건강을 찾는 것은 물론 필수적인 일지만 과장된 정보에 마음 편하지 못한 채 ‘조그만 세계’를 잃어버리는 것은 반대로 웰-빙하지 못한 일이다. 왠지 지금 커피의 진한 향기가 코끝을 맴돈다. 아! 커피 한 잔 하고 싶은 그런 시간이다.
전형주 장안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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