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초동여담]노아와 창힐

최종수정 2014.03.25 11:18 기사입력 2014.03.25 11:18

댓글쓰기

노아와 그 가족이 방주(方舟)를 타고 대홍수를 피한 이후, 인간이 바벨탑을 세우려다가 흩어지게 된 다음에 중국에서 벌어진 이야기다.

중국 사람들은 한 단어를 하나의 음으로 부르기로 했다. 하늘은 천(天), 땅은 지(地), 검다는 현(玄), 누렇다는 황(黃)이라고 말하는 식이었다. 나중에 예외가 생겨나긴 했다.

'한 단어 한 소리' 원칙은 처음엔 간편했다. 그러나 곧 한계가 뚜렷해졌다. 단어가 늘어나면서 소리 하나에 수많은 단어가 대응하게 됐다. 국어학자 이훈종에 따르면 우리가 쓰는 한자음을 기준으로 할 때 중국어에는 음절이 460개에 불과하다.(이훈종 '오사리잡놈들')

전설 속 인물 창힐이 이 혼란을 줄일 방법을 궁리해냈다. 그는 동음이의어를 시각적으로 구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상' 소리 글자를 예로 들면 '서로'라는 뜻을 지닌 '상'은 相으로 쓰고 '장사'는 商으로, '코끼리'는 象으로 나타냈다. 이런 기본 글자에 각각 의미를 연상할 수 있는 글자를 붙여 한자를 추가해 나갔다. 相에 마음 심(心)을 받쳐 생각 想을 지었고 相에 대 죽(竹)을 씌워 상자 箱을 만들었다. 相에 비 우(雨)가 내리도록 해 서리 霜을 표시하기로 했다. 商과 象 등에도 각각 뜻을 표시하는 다른 글자를 더해 새로운 문자를 지었다. 글을 통한 의사전달은 명확해졌지만 한자를 익히는 일은 점점 어려워졌다.

후세 사람들은 한자를 나눠 뜻을 해석하곤 한다. 예컨대 주저한다는 주(躊)는 '목숨 수(壽)와 관련된 발걸음 족(足)은 머뭇거려진다'고 풀이한다. 그러나 躊는 주 발음을 표시하는 壽를 쓴 다음, 이 발음의 다른 글자와 구별하기 위해 足을 붙인 글자다. 壽에는 뜻이 없다. 壽 대신 한글로 '주'라고 써도 무방하다.
서양인들도 한자를 보고 상상력을 발휘했다. 프랑스 루이14세에 의해 선발돼 청나라에 파견된 예수회 선교사 부베는 고대 중국의 지배자들은 노아의 홍수 이전 시기 족장 10명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선(船) 글자를 파자(破字)해 노아의 여덟(八) 식구(口)가 탄 배(舟)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창힐은 중국어의 한계를 고착시켰다. 그가 무한한 확장성을 지닌 형성문자를 만들지 않았다면 중국인들은 '한 소리 한 단어' 원칙을 고수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랬다면 중국 문자도 소리에 가깝게 만들어졌을 수 있다.


백우진 국제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