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이번에 뽑은 단체장은 과연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까"

최종수정 2014.03.22 10:35 기사입력 2014.03.22 10:35

댓글쓰기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공무원 등의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주민들은 어쩌면 '이번에 뽑은 단체장은 과연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까?' 생각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20일 국민권익위원회 주최로 열린 '지방부패 근절 정책토론회'에서 박계옥 부패방지국장 발표문에 따르면 1기 자치단체장의 9.3%, 2기는 24.2%, 3기는 31.5%, 4기는 43.9%가 기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단체장 10명 가운데 4명이 선거법, 정치자금법, 뇌물수수,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5기 정부는 아직 임기가 남아 통계가 없지만 이전 정부와 큰 차이가 없거나 더 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권익위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 사이에 적발된 부패 공직자 가운데 지방 공직자 숫자가 전체의 57.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공직사회의 부패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깨끗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국민들의 인식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3년 부패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전체국민은 54.3%가 공무원이 부패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공무원 중 18.9%가 공직사회가 청렴하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통계적으로 봤을 때 부패건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부패 규모는 커지고 있다"며 "하위직의 부패는 낮아졌지만 고위직부패는 높았다"고 말했다.

올해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새롭게 구성될 지방정부는 과거의 부패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곽진영 부패방지위원장은 "지방 부패를 논의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체장과 선거비용의 문제"라며 "많은 비용과 인력을 들여 단체장으로 선출된 경우 부패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많은 돈을 쏟아 쓰다 보니 본전을 챙기기 위해 관급공사, 인사비리 등으로 비용을 만회하려 한다는 것이다. 돈이 많이 드는 선거구조, 돈을 쓰면 유리해지는 선거풍토 등의 변화가 없으면 지방선거의 부패구조를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방 부패 문제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측근 또는 가족들을 채용하기 위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공무원 승진을 둘러싼 금품수수 등 인사비리 문제와 지역 개발 관련 이권 제공이나 수의 계약과정에서 벌어지는 금품수수라고 지적했다.

인사권을 가진 자치단체장의 경우 근무성적평정 순위를 변경하거나 승진명부를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인사를 전횡해왔다. 감사원과 권익위 등에 따르면 일부 지역은 군수가 직접 나서서 특정인을 승진시키기 위해 근무성적평정 순위를 변경하거나, 승진을 먼저 시킨뒤 승진 근거를 만들기 위해 근무성적평정 점수를 사후에 조작하기도 했다. 토론회에서 한 청중은 "주사로 3000만원, 사무관은 5000만원, 서기관은 7000만원을 건네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있다"고 지적했다.

자치단체장이 친인척과 측근을 산하기관에 부당하게 채용하는 일들도 있다. 일부 자치단체장은 친인척 채용을 위해 채용공고를 생략하거나, 채용절차를 무시한 채 임명했다. 선거 때 측근을 주요 공직이나 산하 기관장으로 보내는 일들이 있는데, 이같은 행동이 지방 공직사회를 부패시킨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사문제가 만악의 근원이라고 지적한다. 단체장과 공무원간의 승진을 둘러싸고 부정의 커넥션이 맺어지면 부정은 확대될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종수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정부의 인사위원회를 제대로 운영해야 인사 비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중앙정부나 시도지사연합회 또는 시도의회 의장 협의회 등 전국 조직에서 위촉을 받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인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병대 한양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의 지방정부를 강한 단체장-약한 의회 구조라며 외부인의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움부즈만 제도 등의 운영을 통해 지방정부의 일탈을 감시할 수 있다고 봤다. 시민단체 등의 추천을 받은 전문가들이 지방정부의 운영에 감시자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의회의 감시능력을 향상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지방 감사관실을 개방적이로 전환해 지방의회 산하로 두는 방안을 제안했다. 강력한 조사권한을 가진 지방의회 산하 감사관실은 강력한 지방정부 단체장을 견제하는데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제안은 정치권에서도 나왔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꿈보따리정책연구원 정책토론회에서 지방살림살이를 감시하는 기구가 없다며 지방감사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기초단위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폐지해하는 것이 지방부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현 민주당 의원은 "능력 없이 인사가 선거에서 당선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소신있는 지방행정을 위해서는 공천제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 논설위원은 "정당공천제가 있으면 기초단체장이 당선되기까지 상당한 비용을 안게 되고 출범한다"며 "이후에도 단체장은 임기 내내 정당과 연계되어 정당의 이익을 보호하고 정당 관리 등에 비용이 든다"고 지적했다. 지방 정부가 중앙 정부의 정당에 예속되어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은 "유권자가 선거에 나오는 후보들을 일일이 다 안다는 것은 한계 있다"며 "유권자들이 정당을 보고 후보자를 선택을 할 수 있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당이 후보자에 대한 필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