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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전보다 3억 빠진 은마, 지금 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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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하는 집의 경제학 1-7] 매매차익 사라진 시장

-금융위기 후 재건축·버블세븐 집중 하락
-규제 완화로 거래 늘지만 강남 등 일부만 해당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2003년 아내의 말만 믿고 8억5000만원짜리 서울 압구정동 한강변 아파트를 매입한 이종근(63·가명)씨는 지금의 주택시장 침체를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이씨가 아파트를 23억원에 다시 팔기까지의 5년간은 활황기를 유지해서다. 이씨는 매입 당시 받았던 4억원의 대출금을 단번에 갚고 평수를 크게 늘려 강북으로 돌아갔다.
#김승호(47·가명)씨는 이씨의 아파트를 산 것이 재앙이 됐다. 당시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 게 잘못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초 17억원에 거래됐다. 5억원 넘게 손해를 본 시점부터는 투자용이 아니라 거주용이 됐다며 김씨는 마지막 희망으로 재건축 호재를 기다리는 중이다. “중개업소 유리창에 붙은 아파트 가격이 볼 때마다 떨어져 지옥 같았다”고 회고한다.
7년전보다 3억 빠진 은마, 지금 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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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돌리기’의 전형적 사례다. 이씨가 넘긴 매물을 덥석 사들인 김씨가 폭탄을 맞은 셈이다. 2007년 무렵 부동산시장 버블이 한창 커졌을 때 거래한 경우 자산 가치 하락과 대출금 부담을 동시에 맛보는 경우가 많다. 압구정 H공인 대표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한다. “전반적인 거래량은 2006년보다 크게 줄었지만 바로 이어질 글로벌 금융위기를 모른 채 돈 좀 있다는 사람은 모두 한강변으로 달려들었다.”

이들은 대부분 1년도 안 돼 손해를 봤다. 그나마 똑똑한 사람들은 바로 털고나와 손해를 줄였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곧 활황기가 다시 올 것으로 믿었다. 김씨 같은 사람들은 많게는 10억원 가까이 부동산 가치 하락을 경험했다. 같은 기간 이 일대 이혼이나 자살소동이 늘어난 것에도 적지 않게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이렇게 2008년 금융위기 후 부동산 시장이 거래감소 속에 가격하락을 경험했으나 최근 들어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전반적인 현상은 아니지만 거래가 늘고 강남권 등지에서는 가격 오름세가 눈에 띈다. 그렇다고 모든 집값이 오르는 과거의 현상이 재연될 것으로 보는 이들은 적다. 입지 등 주택여건에 따라 국지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렇게 된 것은 투자자와 실수요자 모두 불확실한 경기에 위축돼 매매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탓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거래는 2006년 106만건을 찍은 후 줄곧 감소세를 유지, 2012년 71만건까지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 3분기까지 69만건에 그쳤다.

이 같은 거래감소 현상은 지난해 말까지 가격하락에 영향을 줬다. 부동산114가 최근 5년간 전국 아파트 가격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은 중대형과 버블세븐, 재건축을 중심으로 11% 하락했다. 지방은 새 아파트 공급 감소와 혁신도시, 세종시 등 배후수요를 기반으로 가격 상승을 간헐적이나마 경험한 반면 수도권 시장은 줄곧 부진한 흐름을 보인 셈이다.

투자 1순위로 꼽히던 재건축은 일반 아파트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 2008년 2월 이후 일반 아파트는 10% 하락했지만 재건축은 15% 하락해 더 큰 낙폭을 보였다. 특히 수도권 재건축 단지 중 가격이 하락한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평균 변동률은 2008년 2월과 비교해 20%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이제는 재건축 상품으로도 매매차익을 거두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가 좋은 사례다. 지난해 76.78㎡의 평균 매매 가격은 7억~7억7000만원으로 4억7000만원의 저점을 기록했던 2003년보다 3억원 뛰었다. 하지만 10억5000만원으로 고점을 찍은 2007년보다는 3억원 빠졌다. 최근 2~3년 새 매매차익을 보려 뛰어든 투자자들은 대부분 실패했다는 얘기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과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대형, 고가 아파트의 매매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전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졌다”며 “잇단 규제완화로 인해 강남 등지에서 일부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으나 모두가 기대감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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