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통계 확보땐 가능성 커…패소해도 관련법 입법 탄력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에 진료비 환수를 위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면 승소 확률이 얼마나 될까. 어느 누구도 승소를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거 흡연피해자 등 개인이 소송을 제기했을 때와는 상황이 다른 것만은 분명하다. '공공기관'이 '흡연과 특정질환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자료'를 확보하고 소송에 임하기 때문이다.
앞서 1997년에는 미국 대법원이 위해한 물건을 제조한 사업체에 주 정부가 의료비용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플로리다주 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각각의 사안마다 인과관계를 입증할 필요 없이 통계를 기반으로 의료비용을 산출할 수 있도록 한 건데, '위해한 물건'을 담배로 본다면 담배소송도 가능하다. 캐나다의 경우 다수의 주가 소송 근거를 입법화했고, 지난해 5월 온타리오 주 정부는 500억달러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겼다.
성공 사례를 보면 공통적으로 개인이 아닌 주 정부 등 공공기관이 담배소송을 나섰다. 또 하나 소송의 근거가 되는 법이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법을 통해 개별 입증이 아닌 통계적 방식으로 정부가 추가 지불한 의료비용 규모를 산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공단은 담배소송과 함께 담배소송법 입법화, 담배사업자 수익금 일부를 '흡연치료기금'(가칭)으로 조성하는 방안, 금연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만약 패소를 한다 해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송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담배의 위해성을 널리 알려 보다 효과적인 금연정책을 펼 수 있을 뿐더러 관련 입법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안선영 변호사는 "소송 과정에서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조금이라도 밝혀내고 국민들에게 전달하면 금연운동이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패소할 경우 패소한 사유를 보완하기 위한 입법 마련을 촉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담배소송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흡연자가 담배 한 갑을 구매할 때마다 부담금을 내는 것처럼 사업자도 수익의 일부를 기금으로 내는 방안을 논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지방자치단체로 소송 움직임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의료급여 대상자의 의료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분담한다. 광역시는 중앙정부와 절반씩, 도정부는 8대 2의 비율로 의료급여비용을 지출한다. 이 중 도정부의 분담비율 20%는 다시 기초정부와 나누게 된다. 따라서 의료급여비용을 지출한 정부를 비롯해 16개 광역자치단체, 154개 기초자치단체 등 총 712개 기관이 된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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