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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한국사 전산화 일등공신 老교수, 교편 내려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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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도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허성도(65ㆍ사진)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인터넷 강연 녹취록으로 유명하다. 인터넷 포털에 허 교수의 이름을 치면 연관검색어로 '허성도 교수 녹취록'이 함께 뜰 정도다. 2010년 어느 모임에서 '우리 역사를 객관적으로 보자'는 주제로 허 교수가 강연한 내용을 누군가가 녹취했고, 이 녹취록이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1시간이 넘는 그의 강의에 유럽, 미국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강의를 번역해서 현지 사람들에게 전달하겠다고 나섰다.

이 녹취록의 인기에 대해 허 교수는 "사람들이 우리 선조들의 기록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녹취록에서 허 교수는 우리가 교과서나 역사수업에서 배우던 것과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조선왕조가 왜 망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5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조선왕조가 유지될 수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왜 우리는 베르사유나 만리장성 같은 유물이 없는지가 아니라, 만리장성이나 베르사유를 지었을 때 당시 국민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게 한다.
많은 강의와 동영상으로 '우리 역사 바로 알기'를 전파했던 허 교수는 내달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우리나라 최초로 현대 중국어 문법을 연구한 학자인 허 교수는 2005년부터 자신의 중국어 강의를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하기도 했다. 3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누구나 사전과 참고서 없이도 혼자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한문을 열심히 공부해서 우리나라 역사 관련 사료를 제대로 보자"는 목표를 세운 허 교수는 1980년대부터 한국사 원전을 전산화하겠다는 목표로, 조선왕조실록, 동의보감 등에 나온 한자 1만5000자를 하나하나 전산으로 입력했다. 1999년에는 한국사사료연구소라는 이름으로 한자 전산화 등 작업 결과를 공개해 연구자들이 PC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삼국사기' 완역본을 묶어서 CD와 함께 출판하기도 했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학자료 전산화였다.

허 교수는 늘상 '평생 한 가지만 하는 학자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여러 가지를 섭렵한 학자도 필요하지만 평생 논어만 본 학자, 평생 한문만 공부한 학자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허 교수는 스승인 우인 조규철 선생의 가르침에 따라 "43년째 맹자만 읽고 있다"고 한다. 그는 우리 시대 청년들에게 "생각의 근육을 키워라"고 말한다.
"사람으로 존재하는 한 생각은 절대 필요한 것"이고 "창의적인 사고보다 객관적인 사고가 앞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독서가 필요하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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