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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영혼'의 마법이 시작됐다…뮤지컬 '고스트'(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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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령술사 '오다메' 역의 최정원 연기 압도적..화려한 LED 무대에 볼거리 가득

'샘' 역에는 주원 김준현 김우형이, '몰리' 역에는 아이비와 박지연이 캐스팅됐다.

'샘' 역에는 주원 김준현 김우형이, '몰리' 역에는 아이비와 박지연이 캐스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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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사랑과 영혼'은 1990년대 대표적인 멜로영화다. 당시만하더라도 청순함의 대명사였던 데미 무어(몰리 역)와 이제는 고인이 된 패트릭 스웨이지(샘)의 애잔하면서도 풋풋한 사랑은 전세계 수많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저 유명한 주제곡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가 흘러나오고, 도자기를 빚는 몰리를 샘이 뒤에서 안는 장면은 이후로도 수없이 패러디됐을 정도로 화제였다.

뮤지컬 '고스트'는 그 때 그 영화 '사랑과 영혼'을 다시 무대로 끄집어낸 작품이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엔 작품이 구현해내는 시각 효과가 심상치않다. 볼거리는 풍요롭고 무대 영상은 기발해, '매직컬(매직+뮤지컬)'이라는 소개가 아깝지 않다. 오히려 원작이 주는 식상함을 뮤지컬이 거둬낸 느낌마저 든다.
샘과 몰리는 결혼을 앞둔 행복한 연인이다.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금융맨으로 일하던 샘은 어느 날 괴한의 습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세상을 떠난다. 하지만 억울한 죽음에 유령이 돼서도 이승을 떠돌던 샘은 연인 몰리마저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목소리를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심령술사 오다메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그러던 중 자신의 죽음에 얽힌 비밀도 알게 된다.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시나리오를 써서 아카데미 극본상을 수상했던 브루스 조엘 루빈이 이번 뮤지컬에서도 대본을 맡았다. 캐릭터들은 우리의 예상과 잘 부합한다. 몰리는 여린 듯 강하고, 샘은 다정하면서도 '사랑한다'는 표현에 인색하다. 특히나 심령술사 '오다메'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며 작품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국내에서 거의 모든 라이선스 뮤지컬의 초연을 도맡아했던 배우 최정원의 '오다메' 연기는 원작의 우피 골드버그를 잊게 해줄 만큼 강력하다.

'오다메' 역의 최정원은 원작 우피 골드버그를 잊게 해준다.

'오다메' 역의 최정원은 원작 우피 골드버그를 잊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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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작품의 품격을 한 차원 높여준 것은 무엇보다 무대장치의 힘이 크다. 극이 시작되고 무대 위에는 한쪽 등받이가 없는 비대칭 소파와 눈에 띄는 빨간 냉장고, 샘과 몰리의 사진이 들어있는 액자 테이블이 있다. 이 사각의 큐브는 샘과 몰리의 집이다. 둘만의 공간은 이내 곧 샘의 직장, 칼의 사무실, 병원, 지하철 등으로 자유자재로 바뀐다. 극 전환이 될 때마다 팝 아트처럼 화려하게 펼쳐지는 무대영상 역시 상상력을 자극한다.
마술이 시작되는 것은 샘이 유령이 되면서부터다. 샘은 주변 사물을 만질 수도 없고, 심지어 마주오는 사람을 관통하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몇 가지 특수효과만 사용하면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장면이지만 라이브 무대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샘을 따라다니는 파란 조명은 그를 현실 세계의 사람들과 구분짓고, 끝내 관객들은 생명을 잃은 사람들이 유체이탈하는 장면을 홀린 듯 바라보게 된다. 세계적인 마술사 데이빗 카퍼필드 조차 샘이 문을 통과하는 장면을 극찬했을 정도다.

유령이 된 '샘'이 문을 통과하는 장면.

유령이 된 '샘'이 문을 통과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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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마법의 비밀은 LED에 있다. 실제 세트는 3겹 구조물로 이뤄졌는데 LED가 켜졌을 때는 화면 한가득 화려한 영상이 펼쳐지고, LED가 꺼지면 실제 세트가 LED 사이로 비치면서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특히 죽은 샘을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특별히 해리포터의 마술 감독이며 최고 권위의 마술상 매직서클 어워드의 '마스켈린 어워드(Maskelyne Award)'를 수상한 일루셔니스트 폴 키이브(Paul Kieve)가 맡아 다채로운 마술 효과를 만들어 냈다. 150억원이 넘는 제작비의 3분의 1 가량이 이 LED무대에 투입됐다.

마술에 홀린 듯 2시간이 넘는 시간을 보고 나면 다시 한 번 추억의 그 명화를 꺼내보고 싶어진다. 다만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음악이 약하다는 점은 흠이다. 귀에 꽂히는 주제가가 없으며, '언체인드 멜로디'마저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애절한 주인공들의 감정선이 번쩍이는 무대 장치에 압도당하는 순간도 종종 있다. 2011년 3월 영국 맨체스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지난 3월에는 미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2014년 6월29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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