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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외부감사 대상에 대한 논의와 회계 투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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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원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강성원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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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宋)나라 저공(狙公)은 원숭이를 사랑했다. 기르다 보니 어느새 여러 마리로 늘었다. 집안 식구들의 먹을 것까지 줄일 정도에 이르자, 원숭이 먹이를 줄이려고 이렇게 물었다. "너희들 먹이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려 하는 데 어떠냐?" 그러자 모든 원숭이가 화를 냈다. 저공이 "그럼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는 어떠냐?"고 바꿔 말했더니 여러 원숭이가 엎드려 절하고 기뻐했다고 한다.

최근 외부 회계감사 대상에 대한 논의를 지켜보면서 필자에게 떠오른 고사성어가 '조삼모사(朝三暮四)'다. 현재 우리나라 외부 회계감사 대상기업은 2만여개로 추산된다. 외부감사 기준에 따라 전체 50만여 주식회사 중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이 100억원 이상, 부채 규모 70억원 이상, 종업원 수 300명 이상 등의 조건에 부합되면 의무적으로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거나 법으로 정한 특수법인도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된다. 지난해부터 외부감사 대상은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이해 관계자 보호 및 회계 투명성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향상된 탓도 있지만, 정부당국이 저축은행 사태 이후 회계 투명성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립대학, 유한회사, 상호금융기관, 공동주택, 의료법인, 비영리법인 등을 의무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 관련 입법 및 법령 개정작업이 추진 중이다.
이외에 회계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대상에 대한 회계처리 방법과 회계원칙도 법안이나 기준 형태로 준비되고 있다. 한국회계기준원은 올해 회계기준 적용 근거가 없는 중소규모 기업을 위해 '중소기업회계기준'을 새롭게 제정,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중소기업이 일반기업회계기준의 10분의 1 정도로 회계처리를 단순화시켜 업무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신뢰성 있는 재무제표를 작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비영리조직에 대한 회계기준도 현재 제정 작업 중으로 내년 초면 확정된다. 사립학교ㆍ병원ㆍ복지법인 등이 공통의 회계기준을 갖게 되고, 회계처리가 한결 손쉬워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처럼 회계기준 정립과 외부감사 대상 확대는 회계 투명성 제고를 통해 투명사회로 발전하는 것이니만큼 크게 환영할 일이다. 나아가 회계선진국 진입을 위한 필수조건이자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불명예를 떠앉게 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상장 주식회사 중심으로 회계 투명성을 위한 각종 제도정립과 노력을 부단히 전개해 개선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감사 대상을 정할 때마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논란은 아쉽다. 기업들은 회계감사가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외부감사를 꺼려하며, 외부감사로 인한 수수료 부담과 기업 내부자료 공개가 자사의 이익에 해가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 자발적인 외부감사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유예, 은행대출 인센티브 등 정부 차원에서의 유인책도 중요하지만 외부감사에 대한 기업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회계 선진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우리와 비슷하게 외부감사 대상 선정기준으로 자산ㆍ종업원 수ㆍ매출액 등을 삼고 있다. 주주 개념이 우리나라보다 강하기 때문에 외부감사를 받아도 감사보고서를 주주에게만 제공하고 별도로 공시하지 않는 나라도 있다. 기준설정 측면을 보면 우리는 영국ㆍ캐나다ㆍ프랑스ㆍ일본ㆍ독일과 유사하다. 그런데 가장 큰 차이라면 외부감사 대상을 정하는 방법에 있다. 거의 대부분의 해외국가들은 외부감사 대상을 모든 기업으로 하고, 이 중 기준이 미달하는 소규모 기업을 제외시켜 주는 '네거티브 방식'을 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규정하는 '포지티브 방식'이어서 외부감사 기업을 매년 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기업들이 자칫 외부감사를 '규제'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외부감사 대상에 대한 논의는 조삼모사식의 넣고 빼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경제와 사회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강성원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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