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의 덕도 본다. 외국에서 논문을 발표할 때 첫 번째 슬라이드에 싸이의 사진을 올려놓고 한바탕 웃으면 금세 분위기가 좋아진다. 최근에 만난 미국의 지도교수의 손자도 싸이의 말춤을 춘다고 하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아마도 이러한 효과 때문에 우리나라가 많이 알려짐에 따라 덩달아 우리나라 제품들도 잘 팔릴 것이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만들어준다면 가장 비용 대비 효과가 클 것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빗물관리 기술이다. 우리나라는 여름에 강수량이 집중이 되고 국토의 많은 부분이 산지로 되어 있어서 물관리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 홍수와 봄 가뭄을 수천년 넘게 극복하면서 삼천리 금수강산을 유지해 왔다. 그러한 철학적, 기술적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엔 이런 일이 있었다. 빗물 때문에 고생하는 백성을 위하는 민본사상에 의거하여 빗물관리를 체계적으로 하고자 1441년 세종대왕 때 측우기를 발명했다. 그 다음해인 1442년 전국 334개소에 보내어 그때부터 강우기록을 유지하여 왔다. 그래서 온라인으로도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 보면 1770년부터 현재까지 강우기록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독립(1776년), 프랑스 대혁명(1789년)보다 먼저 이런 과학적 통계치가 축적되기 시작한 셈이다.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의 장기예측을 위해서는 정확한 강우기록이 반드시 필요한데 240년 이상의 정확한 강우기록을 가진 나라는 전 세계에 우리나라밖에 없다. 빗물관리의 세계 챔피언인 것이다.
앞으로 일사일통(一社一桶, One company, one community Raintank Donation)이란 캠페인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한 회사나 기관에서 어느 한 지역사회(학교, 공회당, 마을, 부락 등)를 연결하여 빗물시설 비용의 일부를 제공해주면서 스스로 만들도록 가르쳐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지역주민들은 비용도 적게 들고 주인의식을 가지면서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 그 빗물탱크에 회사의 로고를 붙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다. 회사 직원이나 자녀들을 참여시키면 국제적인 감각을 익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 모두가 윈-윈 하는 모두가 행복한 물관리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꺼지지 않는 새로운 한류, 먼 곳에 있지 않다.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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