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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한국야구와 다저스의 32년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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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선수단[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선수단[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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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주리 주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0대 9로 완패했다. 시리즈 4패(2승)째를 당해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많은 국내 팬들은 아쉬움을 곱씹었을 것이다. 월드시리즈 불발도 그렇지만 류현진이 7차전에서 던지는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됐다.

일부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다저스는 국내 팬들에게 ‘우리 구단’과 같은 느낌을 준다. 1990년대 중·후반 박찬호가 활약했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다. 거의 같은 시기 일본리그의 주니치 드래건스도 선동열의 활약으로 많은 국내 팬을 보유했다.
당시 국내 팬을 가장 매료시킨 건 박찬호(한국)-노모 히데오(일본)-이스마엘 발데스(멕시코)-대런 드라이포트(미국)-라몬 마르티네스(도미니카공화국)로 이어진 다저스의 선발 ‘다국적군’이었다. 선발 야마모토 마사-셋업맨 이와세 히토키-마무리 선동열로 이어진 주니치의 ‘승리 방정식’을 외우고 있는 팬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48살인 야마모토가 일본리그 최고령 승리투수를, 39살인 이와세가 일본리그 첫 350세이브를 각각 세웠단 소식은 국내 팬들에게 다소 특별한 뉴스로 전해졌다.

다저스는 박찬호가 아니어도 야구팬들에게 제법 친숙한 구단이었다. 연고지인 로스앤젤레스에 한국인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성(羅城·로스앤젤레스)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라는 노랫말의 대중가요가 한때 인기를 끌 정도였다.

국내 프로야구 출범하기 전인 1981년 다저스는 초반 2패의 열세를 뒤집고 뉴욕 양키스를 4승2패로 제압, 1965년 뒤 16년 만에 메이저리그 정상에 올랐다. 페르난도 발렌수엘라와 박찬호의 마이너리그 시절 스승인 버트 후튼, 추신수 경기로 국내 팬들에게 잘 알려진 더스티 베이커 그리고 스티브 가비, 페드로 게레로 등이 우승의 주역이었다. 감독은 토미 라소다였다. 야구 올드 팬들에게 모두 친숙한 이름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82년 프로야구 원년 시즌을 마치고 미국과 일본의 유명 야구 관계자들을 초청, 프로야구 발전을 위한 모임을 가졌다. 자리에는 다저스의 피터 오말리 구단주와 라소다 감독이 참석했다. 오말리 구단주는 이 행사를 계기로 서종철 총재 등 국내 프로야구 관계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이어갔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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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인연을 바탕으로 삼성 라이온즈는 1985년 2월 국내 프로구단 최초로 플로리다 주 베로비치에 위치한 다저스 스프링캠프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당시 삼성은 다저스의 주전 팀과 연습경기도 치렀다. 전지훈련의 결과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해 선수단은 전·후기 리그 1위를 휩쓸며 한국시리즈를 없애버렸다.

한국 프로야구와 꾸준히 관계를 이어온 다저스는 1991년 캘리포니아 주 일대에서 열린 한미일 국제고교야구대회에서 한국 고교 선발팀의 박찬호(공주고)를 주목했다. 그리고 1993년 뉴욕 주 버팔로에서 열린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한양대에 진학한 박찬호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1994년 마이너리그 더블A 샌안토니오 미션스, 1995년 트리플A 앨버커키 듀크스에서 담금질을 마친 박찬호는 1996년부터 다저스의 주력 투수로 활동하게 된다. 그리고 2013년, 한참 후배인 류현진은 빅리그 데뷔시즌을 정규시즌 14승, 챔피언십시리즈 1승 등 박찬호를 훨씬 앞서는 성적으로 매듭짓는다.

사실 다저스와 한국 프로야구 사이에 좋은 인연만 있는 건 아니다. 1998년 3월 2일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을 거쳐 KBO에 한국 아마추어 국가대표 상비군 9명에 대한 선수 신분 조회를 의뢰했다. 선수 신분 조회는 사실상 스카우트를 뜻한다. 국가대표 선수 9명을 한꺼번에 영입한단 소식에 국내 야구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의뢰가 국가대표 상비군이 플로리다 주 코코아비치에서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들어와 많은 이들이 당혹스러워했다.

당시 다저스가 신분 조회를 요청한 선수는 강혁, 안치용, 최희섭, 정성열, 최경훈, 홍성흔, 김병일, 권윤민, 김병현 등이었다. 그런데 다저스는 이들 가운데 한 명에게도 영입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박찬호를 선점하며 기세를 올린 다저스에 빅리그 다른 구단들이 한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뒤지기 시작하자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신분 조회를 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저스도 30개 메이저리그 구단 가운데 하나일 뿐이란 얘기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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