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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직원과 점심번개하는 증권사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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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올해 여의도 증권가는 사시사철 한겨울이다. 사상 최악의 경영 성적표에 여기저기서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어서다.

저마다 조직을 일신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고, 새로 부임한 수장들은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인력 감축 카드를 뽑아들고 있다. 최근에는 알짜 증권사로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K증권사마저 'CEO 교체→조직 슬림화' 수순을 밟으면서 증권맨들의 심리적인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는 양상이다.
모 증권사 채권영업팀장은 "지난해에는 위탁수수료 수입 감소로 주식영업파트가 구조조정 1차 대상이었다면 올해는 IB, 채권, 파생상품 관련 파트로 확산되는 양상"이라며 "영업 침체가 3년 정도 더 이어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대로라면 현재 인원의 절반 정도는 직장을 잃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외부에서 영입된 CEO가 조직을 재단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조직 생산성 제고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조직 이해도가 낮은 CEO들은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양상이 뚜렷하다"며 "영업환경이 우호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경쟁력이 후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직원들과의 격의 없는 스킨십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려는 CEO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아무리 바빠도 직원들로부터 온 메일은 빠짐없이 답장을 보낸다고 한다. 자신의 이메일과 휴대전화를 수시로 확인하는 유 사장은 직원 직급과 사안의 경중과 관계없이 자신에게 온 메시지에는 예외 없이 자신의 의견을 얘기해준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CEO와 의사를 빠르게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은 직원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며 "어려운 시기 작은 배려 하나하나에서 장수 CEO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원규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7월 취임 후 첫 공식일정을 일선 지점 방문으로 잡았다. 두 달여간 전국 각지를 돌며 '매각 이슈'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았다.

김기범 KDB대우증권 사장은 매주 월요일 본사 부서별로 돌아가며 진행하는 '런치타임'이 호응을 얻고 있다. 김 사장은 임직원들도 고객과 같다는 생각으로 전 임직원들에게 멀티시계, 머그컵 등으로 구성된 '씽크유 박스'(Think you Box)박스를 전달하기도 했다.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은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들과 가족을 여의도 콘래드호텔에 초청해 애사심과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시키기도 했다. 직접 신입사원에게 사원증을 수여하고 부모님에게 회사소개와 경영전략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서태환 하이투자증권 사장은 해마다 우수 영업직원을 부부동반으로 초청해 서울과 부산의 최고급 호텔에서 만찬회를 개최하고 있다. 직원들과 2주일에 한두 번씩 무작위 점심 번개도 갖고 있다.

모 외국계 자산운용사 대표는 매일 저녁시간을 직원들을 위해 비워놓고 있다. 직원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주고 받다보면 민감한 문제도 척척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지금 증권맨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모두가 함께할 수 있다는 따뜻한 메시지에 목말라있다. 척박한 환경에 연연하지 않고 '스킨십 경영'에 매진하는 CEO들이 반가운 이유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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