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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노인의 날'··"선거 없으면 찬밥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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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일 노인의 날' 17회째지만 당사자들도 '모른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600만 돌파했지만 선거 없는 해엔 '관심 밖'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노인의 날? 복지관에서 행사하는 날인가?"
"선거 있는 해와 없는 해 대접은 한참 다르지. 표 얻을 일 있을때는 어른 대접받고 아니면 뭐..."
노인의 날을 하루 앞둔 1일 서울시 종로구 탑골공원. 삼삼오오 모인 백발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자신들이 '주인공'이 되는 날을 하루 앞두고 있지만 절반 이상은 노인의 날이 언제인지조차 모르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에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들을 찾는 정당 관계자나 지역구 의원들이 끊이지 않았던 덕분에 행사 분위기를 물씬 느꼈지만 올해는 썰렁하기만 하다. 특히 기초노령 연금을 둘러싼 공방이 정치권을 넘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노인들은 논쟁에서 밀려나는 분위기다.

노인의 날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전국 어르신 초청 오찬'을 열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지원한다는 기초연금 공약이 후퇴한 것에 대해 머리를 숙였지만 노령층이 느끼는 허탈감은 줄지 않고 있다.

이 곳에서 만난 박의택 할아버지(73세)는 "작년에 탑골공원에 와서 실컷 돈 준다고 선전해놓고 찍어주니깐 이제와서 못지키겠다고 하는 거냐"며 "노인의 날 기념 한다고 몇 명만 초청해놓고 사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노인복지회관을 다니고 있는 박임복 할머니(66세)는 "작년에는 가는 곳마다 누가 와 있고 그래서 악수도 참 많이 했는데 올해는 공원 입구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별로 없고 좀 썰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술 할아버지(70)는 "우리한테 아쉽고 표를 얻어야 될 일이 있을 때는 마치 없으면 안될 것처럼 대접해 주다가도 표 얻고 나면 다들 어디로 가는지 찾아오지도 않는다"며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노인복지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한 직원은 "선거가 없는 해에는 접수되는 후원물품 등이 아무래도 줄어든다"며 "정치인들의 홍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차이가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613만7702명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600만명을 돌파했다. 전체 인구의 12.2%를 고령자가 차지하면서 '노인 표심'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복지나 생활향상에 대한 정책 논의는 실종되고 선거용 이벤트만 남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정호 노년복지연합 사무총장은 "노인의 날이 제정된 지 17년이 넘었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알지도 못하고 그나마 선거 때가 아니면 관심도 떨어지는 것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고 밝혔다.

김혜경 백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들 스스로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약자나 소수자라는 생각보다는 권리와 힘을 가진 유권자라는 인식을 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적으로도 노인에 대한 정책들을 한꺼번에 빨리 고치려 하기보다는 5~10년 단위의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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