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고령인구 600만 돌파했지만 선거 없는 해엔 '관심 밖'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노인의 날? 복지관에서 행사하는 날인가?"
"선거 있는 해와 없는 해 대접은 한참 다르지. 표 얻을 일 있을때는 어른 대접받고 아니면 뭐..."
노인의 날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전국 어르신 초청 오찬'을 열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지원한다는 기초연금 공약이 후퇴한 것에 대해 머리를 숙였지만 노령층이 느끼는 허탈감은 줄지 않고 있다.
이 곳에서 만난 박의택 할아버지(73세)는 "작년에 탑골공원에 와서 실컷 돈 준다고 선전해놓고 찍어주니깐 이제와서 못지키겠다고 하는 거냐"며 "노인의 날 기념 한다고 몇 명만 초청해놓고 사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정술 할아버지(70)는 "우리한테 아쉽고 표를 얻어야 될 일이 있을 때는 마치 없으면 안될 것처럼 대접해 주다가도 표 얻고 나면 다들 어디로 가는지 찾아오지도 않는다"며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노인복지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한 직원은 "선거가 없는 해에는 접수되는 후원물품 등이 아무래도 줄어든다"며 "정치인들의 홍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차이가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613만7702명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600만명을 돌파했다. 전체 인구의 12.2%를 고령자가 차지하면서 '노인 표심'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복지나 생활향상에 대한 정책 논의는 실종되고 선거용 이벤트만 남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정호 노년복지연합 사무총장은 "노인의 날이 제정된 지 17년이 넘었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알지도 못하고 그나마 선거 때가 아니면 관심도 떨어지는 것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고 밝혔다.
김혜경 백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들 스스로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약자나 소수자라는 생각보다는 권리와 힘을 가진 유권자라는 인식을 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적으로도 노인에 대한 정책들을 한꺼번에 빨리 고치려 하기보다는 5~10년 단위의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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