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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어떤 결혼식 풍경 ③·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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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결혼식에 와서 울고 있는 저 여인은 누구일까? 어떤 속사정이 있기에 저리도 서글피 울고 있는 것일까?

하객이 거의 다 빠져나간 결혼식장은 직원 몇몇이 뒷정리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곧이어 진행될 다음 결혼식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리라. 오늘은 이 결혼식장에서 대체 몇 쌍의 부부가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는 것일까?
사람의 일생은 크게 보면 태어나서, 짝을 만나, 후손을 남기고, 다시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이다. 탄생, 결혼, 죽음 등 삶의 큰 마디에 우리는 친지와 이웃을 불러 술과 음식을 나누며 삶의 의미를 되새기곤 하는데 통상 두 번은 웃고 한 번은 울기 마련이다.

그런데 저 여인은 왜 '웃는 자리'에서 울고 있는 것일까?

내내 마음에 걸려(솔직히 말하면 강한 호기심에 이끌려) 피로연에서도 누가 혹시 그 여인을 대화에 올리지 않을까 사방에 귀를 열어놓고 있었다.
"오늘 신부가 참 예쁘지. 드레스 맞춰놓고 몸무게를 4㎏ 이상 뺐다지 아마."

"그런데 아까 걔는 왜 그리 운거니? 이렇게 기쁜 날에. 식 전까지만 해도 방실방실 웃으면서 손님 접대에 여념이 없더니, 신랑신부 행진할 때 갑자기 눈물 보따리가 터졌는지 펑펑 울어서 옆에서 민망할 정도더라고."

"친언니 결혼식에서 저렇게 울면 어쩌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신랑의 옛 애인이 와서 우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겠어."

"그러게 말이야, 안 그래도 아까 어떤 아저씨가 잔뜩 호기심 어린, 끈끈하고 기분 나쁜 표정으로 꼼짝도 하지 않고 한동안 쳐다보더라."

신부의 이모로 보이는 50대 아주머니 둘이 하는 얘기를 엿듣다 '기분 나쁜 아저씨' 운운하는 대목에서 움찔,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고 말았다.

"울만도 하지. 중학교 때 아버지와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동시에 하늘로 보내고 자매 둘이 큰 아버지 집에서 살아왔는데, 애들이 늘 밝아서 보기 좋았는데 오늘 보니 가슴에 한이 많았던 모양이네."

그래서 알게 된 것이다. 탄생과 결혼, 죽음이란 인생의 마디마디마다 크고 작은 희노애락이 공존한다는 것을.
 
치우(恥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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