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준비한 주례사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20분짜리고, 다른 건 3분짜리입니다. 어떤 걸로 할까요?"
"이 세상에서 특별히 힘든 일이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내 생각을 타인에게 주입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남의 호주머니에 있는 돈을 내 호주머니로 가져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전자를 잘하는 사람을 우리는 선생님이라고 하고, 후자를 잘하는 사람을 사장님이라고 하지요. 그러면 이 두 가지를 모두 잘하는 사람이 있는데…. 신랑은 그게 누군지 아시나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신랑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고 문제의 주례는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 뒤의 말씀은 뭐 그저 그랬다. 다투지 말고 애 많이 낳아 오래오래 잘 살라는…. 약간의 재치가 가미됐을 뿐 평범한 주례사였지만 여운이 있었다. 주례를 어디서 본 듯도 했다. 그래서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가(늦은 아침을 먹고 온 터라 배가 더부룩했다) 식당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눈으로 그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그도 늦은 아침을 먹고 온 걸까?)
대신 묘한 광경이 눈에 잡혔다. 하객이 거의 빠져나가 썰렁한 식장 한구석에서 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의 한 여성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었다. 연신 흘러내리는 눈물과 화장이 뒤범벅됐지만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미모였다. '어, 이 상황은 도대체 뭐지?' 집에 가는 것도 식당에 가는 것도 잠시 잊은 채 모락모락 끓어오르는 새로운 호기심에 사로잡힌 것이다.
<치우(恥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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