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버 교수가 말하는 장수기업
독일 히든챔피언 전문가인 빈프리트 베버 만하임응용과학대학 교수(사진)는 지난 해 중기중앙회 주최 강연에서 "가업이 3세대를 넘어가면 전문경영인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의 가족소유경영기업은 창업 이후 3~4세대로 접어들면 소유와 경영 분리를 통해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는 게 일반적"이라며 "실제 5세대가 넘어서면 가족경영을 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머크그룹은 우리 기업들에게 좋은 본보기다. 1668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남쪽 담스타트에서 '천사약국'으로 작게 가업을 시작한 머크그룹은 현재 13대를 거듭하며 세계 67개국에 4만여명의 직원을 둔 글로벌 의약ㆍ화학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103억유로(14조4000억원).
머크가의 11대 손인 프랭크 스탄겐베르그 하버캄 현 머크 파트너위원회 회장은 가업 성공의 비결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택했다. 그는 "소유한다고 반드시 경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머크 가문이 70%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가족들은 '투자자'가 아닌 '기업가 정신'으로 회사 일에 관여한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경제의 30%를 차지하는 발렌베리 그룹도 5대, 157년째 이어지는 투명경영과 적극적인 사회공헌으로 국민의 존경을 받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발렌베리 그룹의 지배구조는 후계자들이 기업의 주식을 소유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주식은 투자ㆍ지주회사인 '인베스터'가 갖는다. 이 회사의 주식들을 다시 발렌베리가의 4개 공익재단들이 소유하고 있는데 이들 재단이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기업 이익은 배당 형태로 투자 지주회사인 인베스터를 통해 4개 공익재단으로 돌아간다. 발렌베리그룹은 이 중 80% 이상을 기초기술과 학술지원 등 공익사업에 사용한다. 경영권은 일가가 갖고 있지만 소유권은 사회에 있는 형태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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