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회장, 고 스톱 기로에
STX그룹 해체 작업 돌입..채권단 판단따라 경영지속 여부 판가름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STX그룹이 해체 작업에 본격 돌입하면서 강덕수 회장의 거취 문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룹 해체라는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그가 선택할 카드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16일 STX조선해양에 대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 채권단에 동의 여부를 묻는 절차에 착수하면서 STX그룹 해체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산은의 경영정상화 방안에는 STX조선에 대한 1조8500억원 신규 지원, 수입 신용장(LC) 대금 3000억여원(3억 달러) 지원 등의 자금 지원 외에도 ㈜STX의 지분 100대 1 무상감자와 채권 7000억원의 출자전환 내용이 담겨 있다.
이중 감자 후 출자전환은 부실 기업 구조조정시 흔히 적용하는 방식이다. 부실 기업 대주주의 지위를 내려 놓기 위한 것이다. 이에따라 ㈜STX는 주주총회에서 감자 결의 후 출자전환을 단행하게 된다. ㈜STX의 STX조선 지분율은 현재 30.6%에서 100분의 1인 0.306%로 낮아지고, 출자전환으로 채권 7000억원이 자본으로 바뀌면서 채권단의 STX조선 지분율은 높아진다.
결국 강 회장이 ㈜STX를 통해 STX조선을 지배하는 연결고리가 끊어진다. ㈜STX가 STX조선을 통해 STX중공업 등의 계열사를 간접 지배하는 구조도 깨진다. 이는 강 회장이 경영권을 잃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가 경영 전면에서 물러 날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강 회장은 대주주 지위를 포기 하는 대신 그룹 회생을 위해 경영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 안팎에서는 강 회장이 팬텍의 박병엽 부회장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지난 2006년 팬텍이 유동성 위기를 맞자 4000억원에 달하는 자신의 지분을 포기하면서 채권단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강 회장도 박 부회장 처럼 '백의종군'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강 회장은 지난 5월 산은이 STX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할 당시 그룹 임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책임을 다하고자 보유 주식을 포함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오직 회사의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자신의 권한은 포기하겠지만 그룹의 회생을 위해 기여할 역할이 있다면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채권단이 강 회장의 이런 의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만 그의 백의종군도 가능해진다. 채권단이 기업 회생을 위해 강 회장이 필요없다고 판단한다면 강 회장은 모든 것을 놓고 은퇴해야 한다. 지난달 법원의 STX팬오션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결정 과정에서 강 회장이 공동관리인에서 배제된 것도 채권단의 입김이 작용한 만큼 그가 경영을 계속 할 수 있을 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STX 관계자는 "실무진과 채권단 간 협의를 통해 방안이 마련된 것으로 우리 입장에서 딱히 말할 처지가 아니다"며"강 회장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은 상황에서 그가 그룹의 회생을 위해 분명 기여할 부분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