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중국과 일본의 해외시장 공략 행태를 보고 있자면 현 상황도 중국의 삼국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일본 역시 자금동원력을 앞세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3일 요코하마에서 폐막한 제5차 아프리카 개발회의에서 일본 정부는 향후 5년간 1조4000억엔의 공적개발원조(ODA)를 포함, 민관 합동으로 3조2000억엔 규모의 아프리카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이 중국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감에 일본의 아프리카 시장 공략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아시아 개도국 시장 선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미얀마에 대해 대일 부채 2000억엔 탕감, 910억엔의 ODA 제공 계획을 밝혔으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개발 마스터플랜' 수립 및 1조엔 규모의 차관을 제공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패키지형 인프라 해외전개 촉진 프로그램'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도 인도 '델리-뭄바이 산업벨트(DMIC)' 구축에 총 45억달러를 투자하며 주요 인프라 수주에 나설 계획이다.
이처럼 중국은 막대한 외환보유고, 저렴한 인건비, 거대 국내시장에서 습득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고, 일본은 앞선 원천기술과 금융조달 능력으로 해외건설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해외 시장에서 우리 업체들과 시시각각 부딪치며 경쟁하고 있어 안정적인 수주확대를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는 우리가 진출하고자 하는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외침과 전쟁으로 인한 고난과 시련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 낸 우리의 이러한 경험, 반세기에 걸친 해외건설로 축적된 경험 및 기술을 진출국과 함께 나눈다면 중국이나 일본이 가진 힘과 재원에 비견할 만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총성 없는 전쟁터인 해외건설 시장을 보며 고전이 전하고 있는 지혜를 다시 한번 새겨 본다.
최재덕 해외건설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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