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유통법 1년..직원 8명 잘랐다, '상생' 아닌 '살생'이다"
▲28일 '유통악법 철폐 농어민·중소기업·영세임대상인 생존대책투쟁위원회'는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배추, 무, 당근 등 자신들이 키운 농산물을 바닥에 내던지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입점업체, "월2회 휴무일 아닌 주말 정상 영업일에도 손님 발길 끊겨"
-OEM업체도 "일거리 1/3토막 줄어"
-대형마트와 거래한다는 이유만으로 생존권 박탈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월 2회 강제휴무를 시행하고 영업시간 규제하면서 직원 16명 중 8명을 잘랐어요. 매출이 1/3 이상 줄어 거의 절반 가까이 날아가 도저히 직원들을 떠안고 갈 수 없었습니다."
용인에서 상추, 부추 등의 엽채류를 재배해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중소업체 구미라(51) 대표는 "한달에 3억원에 달하는 물량이 대형마트에 들어갔는데 현재 1억2000만원 수준으로 반토막 이상 줄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 대표는 "마트에서 소진해야할 물량이 나가지 못하고 계속 쌓이기만 하니까 제값을 받지도 못 한다"며 "판매 물량은 물량대로 줄고, 가격은 가격대로 떨어지는 악순환이 되고 있어 생존권에 심각한 위협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28일 '유통악법 철폐 농어민·중소기업·영세임대상인 생존대책투쟁위원회'는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규제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공식행사는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로 예정돼있었지만 전국에서 온 대형마트 납품업체 농어민들과 중소업체 임직원들은 한 시간 전부터 노란색 우비를 입고 가슴에는 '유통법철폐'라고 적힌 붉은 띠를 두른 채 서울역 광장을 가득 메웠다. 참가자는 경찰 추산 3000여명. 이들은 장대처럼 쏟아지는 비에도 우산 조차 받치지 않은 채 결연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부산에서 수산물 생산·가공업체를 운영하는 이모(40) 대표는 "회사 운영 10년째인데 아무리 경제위기다 불황이다 해도 지금처럼 어려운 적은 없었다"고 한탄했다.
이 대표는 "생산하는 수산물의 100%를 대형마트에 납품하고 있는데 월2회 대형마트가 쉬게 되면서 매출이 20% 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통법 시행 전까지만 해도 토요일날 납품했던 물량이 100이었다 면 지금은 10으로 90%나 줄었다"면서 "일요일날 쉬기 때문에 토요일날 물량을 소진할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출 감소는 직원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여수에서 올라온 수산물 생산·가공업체 직원 조모(37)씨는 "현재 직원들이 15명이 있는데 지난해 2명 자연 결원이 생긴 뒤로 추가인원을 뽑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이 30% 가까이 줄어서 회사 이익구조에 문제가 생겼음은 물론이고, 일감이 없어서 2명이 하던 일을 1명이 도맡아해도 될 정도예요. 주말 발주 물량이 많아서 금, 토요일은 정신없이 바빴는데 지금은 토요일 날 아예 쉬는 직원도 있고요. 아직까지는 자연퇴사를 제외하고 인력감축은 없었는데 계속 이 상태가 유지 된다면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1차 납품업체에만 그치지 않고 2,3차 협력업체와 OEM업체들에게까지 피해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는 데에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3사에 모두 입점해있는 대형 속옷브랜드 업체는 최근 매출이 전년대비 20~30% 가량 줄었다. 직원 500여명 규모의 이 업체는 연매출 2000억원에 달할만큼 덩치가 크지만 대형마트 월2회 휴무제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것. 인위적인 인력감축은 없지만 자연 결원이 생기면 충원을 하지 않고 대신 부서이동을 통해 3명이 할 업무를 2명이 보는 식으로 조율하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이 업체 직원 임모(38)씨는 "문제는 OEM업체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2차 협력업체에 일감을 줘야하는데 물량이 소진되지 않고 재고가 남으니 발주할 물량이 없다"면서 "공장 가동을 하지 못해 끙끙대고 있는데 이들 업체들은 규모가 영세해 버틸 재간이 없다"며 혀를 찼다.
이대영 유통악법 철폐 농어민·중소기업·영세임대상인 생존대책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유통악법으로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농어민 등 피해가 연간 3조원에 달한다"며 "적자와 자금압박으로 연쇄도산의 벼랑 끝에 몰려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통악법은 '대형마트를 규제하면 소비자가 재래시장에 갈 것이다'는 단순논리로 만들어진 전형적인 포퓰리즘 입법"이라고 꼬집었다.
연합회는 유통법을 지지하는 정치인과 지자체장을 대상으로 낙선운동을 펼치고 다음달 26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1만명 규모의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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