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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매창의 '거문고를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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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비바람 울더니
오늘 작은 거문고 하나 왔네
고란곡은 참았지만
끝내 백두음을 켜고 말았네

■ 다시 읽는 매창의 사랑(4)=16년이 지나서야 유희경은 매창을 찾았다. 그녀는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예부터 기생을 찾는 일은 때가 있는 법인데, 시인께서는 무슨 일로 이리도 늦으셨는지요?" 잠시 침묵이 이어진 뒤 희경은 말했다. "오래전에 그대가 내게 딱 열흘만 시를 논하자고 한 적이 있었소.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온 것이오." 두 사람은 부여 백마강가를 거닐며 시를 읊었다. 열흘간의 꿀 같은 시간이었다. 희경은 다시 떠나고, 매창은 그가 다시 올 날을 위하여 겨울옷을 짓고 있었다. 머리 숙여 바느질손을 놀리노라니 구슬눈물이 바늘과 실에 뚝뚝 떨어졌다. 그 무렵 희경이 보낸 거문고 하나가 도착했다. 매창은 그 악기를 품에 안고 고란곡과 백두음 사이에서 고민하다 뒤의 것을 탄다. 고란곡은 새장에 갇힌 새의 외로움을 노래한 것이고, 백두음은 늙어가는 여자가 흰머리를 슬퍼하는 노래이다. 슬프기는 매한가지지만, 백두음이 더욱 서럽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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