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프리즘]중국의 도시화 추진 방향

1994년 젊은 리커창(당시 중국 공청단 서기)은 베이징대 경제학과에서 '중국 경제의 3원 구조'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내 최고 경제학자였던 리이닝 교수가 논문 지도를 맡았는데 유명한 경제학자 여러 명을 논문 심사위원으로 지정했다. 이들의 꼼꼼한 심사를 받은 리커창은 예정보다 6개월이 더 걸려서야 박사학위 논문심사를 통과했다.

최근 중국 내에서 도시화의 추진 방향과 관련해 리커창 총리의 박사학위 논문이 다시 회자된다. 논문의 핵심 내용은 3단계 도시화다. 리 총리는 중국의 농촌지역을 바로 도시에 편입하면 저부가가치 전통 산업의 확장, 일자리 부족 등 폐단이 많아 우선 농촌지역을 어느 정도 산업화한 후 최종 도시화를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도시와 농촌 인구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하는 호구제도 개혁과 농민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시진핑 총서기도 2002년 '중국 농촌의 시장화 건설 연구'라는 주제로 칭화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 총서기는 논문에서 호구제도를 개혁하고 농민의 이익을 법적으로 보호할 것을 주장했다. 우연의 일치인가. 앞으로 10년간 중국을 이끌어갈 최고 지도자들이 모두 도시화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도시화는 앞으로 중국 최고 지도부가 직접 챙기는 최우선 정책과제다.

지난 13일 중국 언론은 '전국 도시화 공작회의'가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이 회의는 리 총리 주재하에 도시화 정책의 세부사항을 최종 결정한다고 알려져 관심을 받았다. 연기된 이유는 중국 지도부가 과거와는 차별되고 또 경제성장과 삶의 질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신형 도시화 전략을 요구했으나 실무부서가 아직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분야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지도부를 만족시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중국 정부는 중장기 도시화 추진 전략에 대한 최종 조율에 다시 들어갔다. 기존에 알려진 '도시화 추진 계획' 초안에는 2020년까지 전국에 20여개의 도시군을 형성하고 180개의 지방도시와 1만여개의 소도시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시 총서기, 리 총리의 주장과 최근 중국의 현실을 고려하면 중국 도시화 추진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추정된다.

우선 스마트 친환경 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한다. 기존의 양적 팽창보다는 주민 삶의 질 제고 등 도시의 질적 발전에 초점을 둔다. 다음으로 농촌지역의 자생능력과 산업화를 높이는 데 세수 감면, 보조금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개발로 불가피하게 토지를 양도하게 되는 농민들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상을 하고 지방 정부의 강제 토지 수용은 법적으로 금지한다. 아울러 여건이 조성된 농촌지역은 통째로 주변 도시지역과 통폐합한다.

마지막으로 호구제도에 대한 개혁을 단행해 농민공들에 대한 불공평한 대우를 해소하고 사회갈등을 줄여 사회안정을 도모한다. 지난해 중국의 도시화율은 52.6%다. 6개월 이상 도시에 상주하는 인구를 기준으로 했기에 여기에는 각 도시를 떠돌아다니는 2억6000만명의 농민공을 포함했다. 농민공은 의료보험 및 자녀교육 혜택, 소득 등에서 도시 주민과 큰 차이가 있어 정부에 불만이 크다.

현재 중국 정부는 도시화 추진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도시화율이 1%포인트 증가하면 도시 인구가 늘어나면서 매년 20조원 이상의 소비 증가 효과가 있고, 각종 인프라와 시설 투자 등 새로운 수요도 살아나면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리 총리는 지난해 11월 세계은행 총재를 만난 자리에서 "향후 중국의 수십 년 성장의 잠재력은 도시화에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