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한번 부려보자. 정부는 발효요구르트의 시중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 전국에만 공식적으로 '야쿠르트 아줌마' 1만3000여명이 활동 중이다. 이 조직에 속하지 않은 채 알음알음 전국 사무빌딩과 아파트에 이런 종류의 음료수를 배달하는 노동인력까지 합하면 수만명에 달할 수 있다. 국내 슈퍼마켓(전국 7만여개)에 필적할 만한 숫자다.


특히 이 노동인구는 여성 저임금 근로자인 '핑크 칼라' 계층이다. 가장의 가벼운 월급봉투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겠다며, 자식농사 한번 잘 지어보겠다며 계단을 오르내리는 이들이 상당수일터. 판매금지 처분에 분명한 대의명분이 있다. 어쩌면 이들의 꿈은 돈 좀 모아서 동네에 조그만 슈퍼마켓 하나 차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구두약과 구둣솔도 일반인들에게 판매하지 못하도록 조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불경기라고 구두 닦는 손님들이 줄다 보니 전국 수만명으로 추산되는 구둣방 주인들이 2평 남짓 되는 삶의 터전에서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이왕 막 나갈 거라면 좀 거창하게 해보는 건 어떨까. 주식시장이 지수만 올랐지 거래가 안되다 보니 증권사 근로자 4만3000여명이 구조조정 위협을 받고 있다. 딸린 식구들까지 따지자면 20만명에 가까운 국민들이 증시침체로 허덕이고 있는 셈이다. 주 1회 이상 주식거래를 법제화하는 아이디어는 어떤가.

거래 의무대상도 그동안 국세청 '봉' 노릇을 했던 급여근로자로 정하면 손쉽다. 혹시 모르지 않나. '소 뒷걸음치다 쥐 잡듯'이 대박날 수도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다.


콧방귀 뀔 만한 억지소리다. 하지만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콩나물, 양파 등 51개 품목 대형마트 판매금지 추진소식을 접하고 보니 반드시 불가능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최근 정부나 지자체의 의사결정을 보면 남미 등 개발도상국에서 보여지는 '국가조합주의'가 연상된다. 정책결정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이익집단 등 민간 부문에 강력한 주도권을 행사, 정부와 이익집단 간에 합의가 이뤄지도록 하는 국가체제를 일컫는다. 한마디로 '찍어 누르기'식이다.


대기업들의 일부 폐해는 당연히 지적받아야 하고 개선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 과정에서 일반 국민들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면 안 된다.


앞으로 경제 위기와 이익집단 간 갈등이 있을 때마다 압박과 법제화를 통해 모든 걸 손쉽게 해결하려고 한다면 정부의 리스크관리 평가란에는 'F'학점을 줄 수밖에 없다.


인생에는 항상 리스크가 따른다. 리스크를 회피하는 게 아니라 제어하는 기술을 평생 배우며 살아가는 이유다.


그런데 정작 정부는 국민들에게 리스크를 회피하는 방안을 서슴없이 내놓는다. 위험을 우회하는 데 익숙해지면 수익이 나지 않아도 그 길만 찾게 된다. 목소리 높여 문제를 간단히 해결하는 편한 방법이 있는데 굳이 힘들고 어렵게 머리를 써 난관을 돌파할 리 없다.


골목상권 살리기의 핵심은 지나치게 높은 자영업 비율을 낮추는 데 있다. 정년연장, 고용안정, 노후보장 등 정말 복잡다단한 경제정책 방정식을 풀어야 해법이 나올 수 있다. 반에서 5등하는 우리 아이 1등 만들겠다고 1~4등 학생들을 전학시키겠다는 유치한 발상을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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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와 관련된 명언 중 이런 말이 있다. "모든 게임에는 얼간이가 한 명씩 있는데, 당신이 45분 동안 게임을 하고도 누가 얼간이인지 알아내지 못했다면 얼간이는 바로 당신이다."


골목상권 살리겠다면서 권위주의적인 손쉬운 법안만 내놓고 있는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님들. 아마 지금도 주변에 누가 얼간이 같은 법안을 만들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박성호 아시아경제 팍스TV 방송본부장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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