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짙어져 '징크스' 피하기 눈물겨운 풍경.. 입찰 앞두고 라면·고기도 안 먹어

쌍용건설 임직원 500명은 지난 1월 5일 남양주시 예봉산에서 수주기원제를 올렸다. 사진은 수주 목표 달성과 무재해를 기원하는 기원제 모습.

쌍용건설 임직원 500명은 지난 1월 5일 남양주시 예봉산에서 수주기원제를 올렸다. 사진은 수주 목표 달성과 무재해를 기원하는 기원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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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 close 증권정보 KOSDAQ 현재가 전일대비 0 등락률 0.00% 거래량 전일가 2026.04.25 15:30 기준 토목견적팀에 근무하는 김모(42) 차장은 건설공사 입찰을 앞두고 꼭 지키는 원칙이 있다. 전날 밤 잠을 자지 않는다는 것이다. 징크스 때문이다. 잠을 자고나서 입찰을 맞으면 불길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밤을 새우고 나서 수주한 적이 있어 더욱 철칙처럼 여긴다.


장기 침체된 건설경기 속에 건설업 종사자들의 일감을 따내기 위한 백태가 눈길을 모은다. 금기사항을 지키지 않았다가 자칫 입찰에서 고배를 마시기라도 하면 온갖 주위의 원망을 다 살 수 있어서다. 치열한 경쟁 속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건설업계 임직원들의 씁쓸한 자화상을 보여준다.

김 차장은 작년 말 1419억원짜리 국장국가산업단지 1공구 입찰 전날 밤 잠을 청하지 않았다. 새벽녘 온라인을 확인해보니 다른 건설사 관계자들이 접속해있는 것을 보고 다른 전략을 세우고 있음을 간파한 그는 다른 전략을 수립했다. 작전은 성공했다. 28개사나 참여한 입찰에서 초대형 공공 건설공사를 따낸 것이다.


김 차장은 "수주영업과 관계된 조직에서는 여러 가지 징크스가 있다"면서 "입찰일 전 잠을 자지 않는 것은 약과"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의 금기사항은 나름 뿌리가 깊다. 30~40년 이상 된 중견건설사들은 징크스를 피하기 위한 금기사항을 적잖이 갖고 있다. 건설업계에 20년가량 몸담은 한 관계자는 "예전에 뽑기로 낙찰자를 선정할 때는 총각들이 대표로 나서고 여성들은 입찰 서류도 만지지 못하게 한 적도 있다"며 "아예 몸을 씻지 않는가 하면 머리를 감지 않거나 라면이나 고기를 먹지 않는 등 수주를 위해 저마다의 징크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 수주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해볼 수 있는 건 뭐든지 다 해보자는 심정"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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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초 건설사들이 수주ㆍ안전기원제를 여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미 이달 신동아건설과 삼영토건이 수주기원제를 올렸다. 지난 1월에도 대우건설, 두산건설, 남광토건, 금성백조, 한일건설 등 다수의 건설 관련 업체들이 수주기원제를 지냈다. 김 차장은 "지난해 원주강릉 철도 공사 입찰이 있을 때 수주기원제를 갖기 위해 강릉에 갔는데 그쪽에서 다른 회사들도 여럿 기원제를 올렸다"면서 "프로젝트 별로 수주기원제를 따로 올려 간절한 마음을 전달한다"고 귀띔했다.


올해 공공공사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징크스를 피하기 위한 노력은 더 심해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건축ㆍ토목 부문 공공공사 발주는 32조~33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지난해보다 5%가량 줄어든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입찰이 많지 않아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한 회사도 있었는데 올해는 경쟁이 더 심화될 것이 뻔하다"면서 "불황일수록 점집을 찾는 이치와 비슷하게 건설사 직원들의 수주 징크스를 깨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5일 대우건설 임직원들은 서울 서초구 청계산에서 '2013년 안전수주기원제'를 열며 공사 수주를 위한 의지를 다졌다.

지난 1월5일 대우건설 임직원들은 서울 서초구 청계산에서 '2013년 안전수주기원제'를 열며 공사 수주를 위한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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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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