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VS소상공인 대결…해결책 어디에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수은주가 다시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25일 12시께. 노량진역 맥도날드 앞 컵밥거리에는 여전히 대여섯개의 컵밥 점포가 영업을 하고 있었다. 두꺼운 파카를 입고 백팩을 맨 고시생들이 앞다퉈 점포로 향했고, 손을 호호 불며 걷던 행인 몇몇도 추위에 식은 몸을 녹이려 점포 천막으로 들어갔다. 이틀 전 철거사태의 충격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맥도날드 옆 골목으로 들어서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지난 23일 동작구청은 맥도날드 옆 골목 옆에 위치한 4개 컵밥집을 전격 철거했다. 새벽에 난데없이 벌어진 일에 상인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이틀이 지난 지금 컵밥집들은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도로변에 위치한 천막 한 곳만이 요리도구와 설비 등이 그대로 남아 있었을 뿐, 나머지 세 곳은 천막으로 가려져 있거나 텅 비어 있었다.
컵밥 상인들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주변 식당 주인들 역시 입을 열지 않기는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이유가 좀 달랐다.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게 입을 열지 않는 이유였다. 컵밥골목 부근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철거 사건이 언론을 탄 후로 골목 분위기가 험악해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지역에서 40년 동안 살면서 노점상 점주들과도 잘 알고 친하게 지냈다. 그런데 언론과 인터뷰하고 노점상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내용의 기사가 나가면서 여러 경로를 통해 반응이 오더라"라며 "노점상 점주들과 이야기하다가도 '어디 기자 왔다갔다면서?'라는 말만 들어도 흠칫한다. (이 문제로) 칼부림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이틀 전에 동작구청이 컵밥 노점들을 철거한 것은 주변 식당들의 민원 때문이다.
남아있는 노점들도 신경이 곤두서 있다. 맥도날드 앞 한 컵밥집을 찾아 '여기는 철거 안 되냐'고 물으니 "저희는 그런 거 없다"며 날카롭게 반응했다. 실제로는 이들 역시 '오는 31일까지 자진 정비하라'는 동작구청의 공문을 받은 상태다. 철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딱히 다른 방법도 없어 그대로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게 이들의 딜레마다. 한 상인은 "무슨 방법이 있겠냐"며 "(영업을) 안 할수도 없고 그냥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갈등의 구도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소상공인과 소상공인 사이의 다툼으로 변해가는 건 피할 수 없는 추세다. 김영우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 전문위원은 "경기침체에 따라 앞으로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종 종사자들간의 분쟁이 이슈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동반위의 제과업종 적합업종 선정을 앞두고 일반 빵집과 프랜차이즈 빵집 점주들이 맞붙은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 게 좋을까. 노화봉 소상공인진흥원 조사연구부장은 "소상공인간의 대립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처럼 강제적 제도로는 풀어나가기가 어렵다"며 "노점상들에게 새로운 창업 기회와 정보를 제공하는 등 스스로 업종전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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