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섭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사장에 선임된 것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원칙과 기본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방통위 고위관료 출신이 EBS 사장에 선임된 것이 문제될 만한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정부 고위관료가 산하기관이나 정부기관 대표, 임원 등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은 허다하다.
EBS 사장 자리가 정권과 코드를 맞춰야 하는 자리인가하는 문제는 일단 접어두자. 하지만 최소한의 원칙과 염치를 내팽개친 낙하산 인사는 후진적 국가 인사시스템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불편하다.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지난 27일 사장으로 선임돼 30일 임명장을 받은 신용섭 전 상임위원은 지난해 3월 이명박 대통령의 추천 몫으로 차관급인 상임위원으로 뽑혔다.
정보통신부 시절에 전파방송정책국장을 지냈고 상임위원으로 추천되기 전에는 방통위에 통신정책국장과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 등 요직을 거쳤으니 방송통신분야에서 그의 전문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만약 엠넷의 '슈퍼스타K'나 지상파 방송의 '위대한 탄생'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인 이승철씨나 김태원씨가 예선에서 심사를 하다가 갑자기 직접 본선에 참가해 대상을 거머쥐었다면 시청자들은 그들을 어떻게 이해할까.
방통위는 상임위원과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면접위원회를 꾸려 면접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면접부터 방통위 전체회의까지 모두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2009년 EBS 사장 후보자 면접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투명성이 퇴보한 것이다.
이러고서 밀실 인사니 최악의 낙하산 인사니 하는 EBS 노동조합이나 야당의원들의 비판에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겠나. 누군가가 상임위원 사퇴 이전에 이미 청와대로부터 낙점을 받고 요식행위만 거쳤다고 말한다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EBS에서도 한국방송(KBS)이나 문화방송(MBC) 사태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바란다.
김민진 기자 asia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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