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제 격주간지 포천은 '미국의 두 경제 이야기'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주택시장이 살아나면서 가계 소비가 증가하는 반면 기업 투자는 여전히 침체돼 있다고 최근 소개했다.
주택시장을 보면 미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미 상무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9월 주택 착공 건수는 전월 대비 15% 급증해 연율 기준 87만2000건을 기록했다.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은 것이다. 주택경기 선행 지표 격인 건축 허가 신청 건수도 12% 급증했다. 연율 기준으로 2008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89만4000건을 나타낸 것이다.
미 최대 은행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오랫동안 어려움에 허덕여온 주택시장이 코너를 돌았다"고 표현했다. 웰스파고 은행은 모기지(주택 담보 대출) 수요가 급증한 덕에 올해 3ㆍ4분기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은 다르다. 애시워스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의 기계ㆍ장비 투자 동향을 보여주는 자본재 출하가 활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4일 상무부가 발표한 8월 공장 주문은 전월 대비 5.2% 감소했다. 2009년 1월 6.6%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기업 투자가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줄고 있다. 올해 2분기 미 국내총생산(GDP)에서 기업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3.1%에 불과했다. 4년 전에는 15%를 웃돌았다. 반면 소비 비중은 침체 전보다 높아져 2분기 기준 71%에 달했다.
최근 미 기업들은 이른바 '재정절벽'을 우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화물운송업체 CSX의 마이클 워드 CEO는 "최근 수개월 사이 화물 운송량이 감소한 것은 재정절벽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불만을 토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도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민주ㆍ공화 양당이 예산안에 합의할 수 있도록 세금을 5% 더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정절벽을 피하면 경제에 막대한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애시워스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절벽을 결국 비켜가게 될 것"이라며 "양당 합의로 재정절벽을 피하게 되면 내년 초 기업 투자가 반등하고 수요는 폭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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