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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에 빠진 청소년들..."'괴물' 탄생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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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최근 나주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납치 성폭행 사건은 '사회가 만든 범죄'라는 자성의 시각을 낳았다.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었던 피해 어린이뿐만이 아니라 범인 고종석(23) 역시 범죄로 내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는 주장이다. 친인척을 비롯한 고 씨 주변의 지인들은 고 씨가 7살 무렵 아버지의 재혼 이후 새어머니에게 폭행을 당하는 등 가족에서 소외당했다고 전했다. 최소한의 보살핌도 기대할 수 없었던 고 씨는 절도 등 비행을 시작했다. '괴물'이 탄생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2010년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 범인 김길태도 어렸을 때부터 부친에게 폭행을 당했고 19세 때부터 범죄를 저질렀다. 2004년 검거된 연쇄살인범 유영철도 가정형편이 어려웠으며 청소년기부터 소년원에 수감된 적이 있다. 청소년기의 '비행'이나 소년범죄를 바로잡아 재사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대응은 미흡하다. 소년원에서 퇴원한 청소년들을 위한 지원책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매년 소년원에 수용되는 학생 수는 3000여명에 달한다. 범죄예방정책국에 따르면 소년원 입원 학생 수는 2009년 2727명, 2010년 2820명이다. 그러나 출원자 10명 4명은 다시 재범을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사회와 격리돼있다가 다시 불안한 가정이나 비행청소년 집단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어 사회복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18일 여성가족부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소년원 출원 청소년들의 사회적응 지원 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동국대학교 조윤오 교수는 "소년원 퇴원 청소년의 가정현실이나 학업능력, 경제적 여건, 부모의 지원의지 등은 일반 청소년보다 모든 면에서 훨씬 열악하고 퇴원 이후 상황이 더 나빠져 있을 확률도 크다"며 "수용 전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범죄의 순환고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년원 처분을 받은 청소년 범죄자의 상당수는 어린 나이에 여러 차례 비행이나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많다"며 "재범위험성이 높은 출원자들의 사회복기를 돕기 위해 종합적이고 체계적 사후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통적으로 강조된 대안은 가족의 중요성이다. 가족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사회 적응과 재범 방지가 현실적으로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경제적 지원이나 정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없다면 다시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소년원 출원자들 중 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 퇴원 후 가장 필요한 것으로 '부모님과의 관계개선'을 꼽는 비율은 35%에 달한다. 김 연구위원은 "퇴원 전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하거나 보호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장기간에 걸친 가족치료·상담 프로그램이나 부모교육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 역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가족의 지원"이라며 "많은 퇴원 청소년들이 결손가정이나 빈곤가정 출신으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퇴원 후 사후지도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퇴원 후 바람직한 행동을 하면 지원금이나 인센티브를 주는 등 재범을 막을 수 있는 보호관찰감독 강화나 지역사회 내 '그룹홈'을 도입해 출원 이후 1~2개월간 지낼 수 있게 만들어 사회복귀 사이의 완충지대를 마련해 주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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